"美 요구대로 3500억불 투자땐, 국내 제조업·일자리 다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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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요구대로 3500억달러(약 490조원) 펀드를 조성해 미국에 투자할 경우 국내 제조업과 채권 시장이 위축되고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美 요구대로 3500억불 투자땐, 국내 제조업·일자리 다 망가진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이 요구하는 대미(對美) 투자 펀드 규모는 지난해 한국 제조업의 명목 설비투자(총 145조4398억원)의 3.4배 규모다.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1년 동안 미국에 직접 투자한 총투자금(258억달러)의 13.5배에 달하는 자금이다. 이런 대미 투자가 실제 추진되면 국내 설비 투자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는 최근 국회외교안보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5~2024년 미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가 크게 늘어난 시기에 제조업 고용 비중과 부가가치가 동시에 감소했다”며 “이 기간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 다국적기업의 국내 공장 폐쇄율이 신규 설립률보다 높아지면서 국내 투자와 고용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난 시기에 국내 공장 가동은 줄었다는 의미다.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펀드 조성을 위해 채권 발행 규모를 늘릴 경우 민간 채권 시장에 ‘구축 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구축 효과는 특수채가 국고채·회사채로 몰리는 투자금을 흡수해 민간기업의 조달 여건을 훼손하는 것을 뜻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책은행이 주도하는 펀드가 조성되면 국내 채권 시장의 물량 부담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용시장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3500억달러를 국내에 전액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35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한국은행의 2020년 산업연관표상 투자 고용유발계수(10억원당 7.2명)를 적용한 분석 결과다. 한은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대미 투자로 단기적으로는 중간재·자본재 수출 등 성장 유발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산업 공동화·고용 위축·인재 유출 등의 리스크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대미 투자펀드를 만들기 위해선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60조1항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가 갖는다’고 규정한다.

김민석 총리도 최근 국회에서 ‘대미 투자에 국회 비준 혹은 동의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사안이라면 국회 동의를 요청하고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답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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