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 10년몰 국채 금리가 출렁이고 있다. 미국 10년몰 국채 금리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미국 국채 금리 변화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채 금리 변동성 확대
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ICE BofA MOVE(무브지수)' 평균 98을 기록했다. MOVE 지수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미국 국채 옵션 가격을 기초로 국채 가격의 변동성을 산정한 지수다. 이 지수의 상승은 미국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작년 평균 해당 지수는 90 정도였다. 올해 미국 국채 금리의 변동성이 작년보다 커졌다는 얘기다. 다만 올 상반기의 해당 지수는 2023년 평균치(약 120)보다는 낮다. 당시에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 금리를 급격히 올린 영향으로 국채 금리 변동성이 컸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때는 해당 지수가 200 이상 치솟기도 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수익률)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사실상 기준 금리이자 안전자산의 지표로 통한다. 각국 중앙은행과 기관투자가는 달러화로 벌어들인 외화 자산을 주로 미국 국채에 투자해 왔다. 한국은행이나 중국 인민은행 등은 보유한 달러를 현금으로 두기보다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미국 국채 형태로 운용한다.
미국은 무역적자로 해외에 유출된 달러를 자국 국채를 팔아 회수해 왔고, 전 세계는 달러 확보를 위해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순환이 이어져 왔다. 이런 구조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세계 자산 배분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각종 채권과 주식 평가와 대출 금리 등이 10년물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글로벌 위기나 경기 침체 우려 시 보통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를 매입해 자금을 피신시킨다. 이런 경우 금리가 하락(국채 가격 상승)하곤 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와 금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며 달러의 안정적 운용처는 미국 국채가 기본 바탕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움직일 때 다양한 자산군과 시장에서 연쇄 반응이 나타난다. 보통 미국 채권의 금리 상승은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자산(채권)의 금리 매력이 높아져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유입되고, 달러 가치가 오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채 금리가 하락하거나 Fed가 금리 인하로 돌아설 전망이 나오면 달러 강세가 약해진다.
미국 국채 금리 변화는 원유·금 등 원자재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달러 강세와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져 원자재 가격에는 하방 압력이 걸린다.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 특성상 달러 강세 시 상대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눌린다. 국채 금리 상승은 원자재 보유 비용도 높여 투기적 수요를 억제한다.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전 세계 주식시장, 특히 나스닥 등 성장주 섹터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 PER의 기술주, 성장주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하락한다. 금리 상승기에는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채권)의 수익률 매력이 높아진다.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부터 자금이 일부 이탈할 수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보통 신흥국에는 긴장 요인이다. 미국 금리가 올라 달러 자산 수익률이 높아지면 투자 자금이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빠져나가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기 쉽다. 신흥권 채권시장에서도 자금 유출 압력이 생길 수 있다.
트럼프 무역 정책에 급등락
하지만 올해 들어 이런 패턴의 균열이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글로벌 무역 시장이 긴장하면서 미국 국채의 '절대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미국 국채 10년몰 금리가 크게 움직인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하루 기준 0~20bp(0.10~0.20%포인트) 이상 움직이거나 일주일 사이에 30bp(0.30% 포인트) 이상 변동한 경우는 모두 다섯 번이었다.
국채 금리는 지난 2월 18일부터 25일(미국 동부 시간 기준)까지 약 4.8%에서 약 4.3%로 0.50 포인트 떨어졌다. 당시 미국 경제 지표가 급격히 나빠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Fed의 기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다. 미국 재무부는 당분간 장기 국채 발행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채 수급 분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4월 3~4일에는 하루 만에 0.15% 포인트 급락해 국채 금리가 약 4%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발표 직후 금융시장 충격을 받은 영향이다. 미국이 예고 없이 대규모 보호관세 부과를 선언하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는 폭락하고 안전 자산 선호로 국채 금리가 급락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4월 7~11일에는 급등했다. 7일 최저 3.860%에서 11일 최고 4.592%까지 치솟았다. 해당 기간 최대 0.732 포인트나 움직였다. 주간 기준으로 20년 만의 가장 큰 변동 폭이다. 이때 '미국 채권=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미국 트럼프발 관세 공격에 중국이 125% 보복관세로 맞서는 등 무역분쟁 격화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을 기피하면서 안전자산 선호로 생기는 국채 금리 하락 효과가 제한됐다. 오히려 미국 채권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규모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 폭을 키웠다.
4월 15일에는 0.18% 포인트 정도 떨어져 국채 금리가 약 4.30%를 기록했다. 글로벌 무역분쟁 완화 조짐과 저가 매수 유입으로 금리가 떨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관세 부과 연기 등 한발 물러서는 움직임을 보인 영향이다. 미국 재무부 국채 입찰에서 해외 등 간접입찰 비중이 커지면서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설도 다소 진정됐다.
5월 16~22일에는 다시 국채 금리가 뛰었다. 0.30% 포인트 높아져 금리는 약 4.6%를 찍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Aa1으로 강등 발표한 영향이 크다. 무디스는 미국 국채의 누적 규모와 관련 이자 비용 급증을 지적했다. 미국 의회에서 논의된 대규모 감세·지출 법안이 재정 적자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독립 투자 자문사 'TPW Advisory'를 설립한 제이 펠로스키는 "최근 미국의 달러와 국채 시장의 실시간 신호를 보면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안전판이나 세계의 소방수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미국이 화재(글로벌 경제 악영향)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은행의 자바즈 마타이 G10(주요 선진국) 금리 및 외환(FX) 전략 본부장은 "미국 국채가 안전한 피난처로서 매력이 약해졌다고 생각한다"며 "국채 공급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과 행정부의 관세 정책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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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