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위스키를 만들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세계에서 통할지는 더 몰랐고요."
도정한 기원 위스키 대표는 지난달 25일 열린 미디어 시음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원 위스키는 2018년 도 대표가 설립한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증류소다. 남양주에 있는 증류소에서 원재료 준비부터 숙성, 병입까지 모든 과정을 국내에서 진행한다.
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기원은 국제 위스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3대 주류 품평회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세계주류품평회(SFWSC), 국제 와인·스피릿대회(IWSC), 인터내셔널 스피릿 챌린지(ISC)에서 시그니처 라인 3종이 모두 수상했다. 글렌피딕 등 위스키가 ISC와 IWSC에서 수상하면서 인지도를 높인 바 있다.
특히 기원의 '유니콘' 제품은 IWSC에서 98점을 받아 5년 미만 증류소 제품으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또 유니콘은 SFWSC에서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골드 평가를 받아야만 수여되는 더블 골드(Double Gold)를 받았다.
기원의 시그니처 라인은 도 대표 등 창립 멤버의 국적과 상징 동물을 딴 이름으로 구성됐다. '호랑이'는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된 위스키로 과일의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독수리'는 버번 캐스크 숙성을 거쳐 오크 풍미와 부드러운 목 넘김을 느낄 수 있다. '유니콘'은 스코틀랜드산 피트를 사용해 스모키한 향을 살렸으며 스모크 향은 진하지만 마신 뒤 남는 여운은 부드럽다.
기원 위스키의 가장 큰 차별점은 한국에서 만들었다는 점이다. 복분자, 매실주 오크통에서 숙성하거나, 홍고추로 향미를 입힌 위스키도 개발 중이다. 현재 4500여개 오크통에서 각기 다른 위스키를 숙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19% 성장하는 등 위스키 시장의 침체 속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도 대표는 "스카치나 일본 위스키를 흉내 내는 게 아니라 한국 기후와 재료, 감성으로 완전히 다른 위스키를 만들고 싶었다”며 "연중 기온 차가 50도에 달하는 한국의 기후 등이 위스키 숙성에 오히려 유리한 요소"라고 말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