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운명 가를 오전 11시…재판관들, 선고 직전까지 결정문 고친다

20 hours ago 2

< 선고 당일 전국에 ‘갑호비상’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경찰 기동대가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경찰은 전날 헌재와 인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반경 150m에 차단선을 구축해 ‘진공상태’를 만들었으며, 이날 서울에 ‘을호비상’을 발령하고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 선고 당일 전국에 ‘갑호비상’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경찰 기동대가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경찰은 전날 헌재와 인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반경 150m에 차단선을 구축해 ‘진공상태’를 만들었으며, 이날 서울에 ‘을호비상’을 발령하고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선고하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정치적 격변이 122일 만에 일단락된다. 헌재가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즉각 파면되고, 기각하면 대통령직에 복귀한다.

3일 헌법재판소 민원실 입구에 게재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 /김범준 기자

3일 헌법재판소 민원실 입구에 게재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일정. /김범준 기자

헌재의 결정은 법치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과 같다. 탄핵에 찬성하는 세력이든, 반대하는 세력이든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헌법 질서의 근간은 최고 사법기관의 판단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폭탄 관세’ 부과 발표로 한국 경제는 ‘시계 제로’의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하지만 선고 전날까지도 정치권은 국민 통합보다 대결과 갈등을 부추겼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의 사태를 불러온 데는 민주당 책임이 가장 크다”며 “민주당은 30번의 공직자 ‘줄탄핵’ 등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의회 독재를 멈추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헌법에 따른 결론은 파면이고 국민의 명령도 파면”이라며 헌재의 인용 결정을 압박했다.

헌재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여론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여론조사 업체 네 곳이 공동 실시해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0%만이 “내 생각과 달라도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44%는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제는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대결과 갈등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는 “지금의 탄핵 정국은 20년간 지속된 적대정치의 파국”이라며 “어떤 결론이 나오든 결과에 승복하고 이 같은 사태를 야기한 적대정치 구조를 개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리는 선고에 참석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혼잡 상황에서의 질서 유지와 경호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문구·단어까지 막판 조율…주문 읽는 즉시 효력 발생
문 대행이 결정 요지부터 읽으면 인용·기각 등 '전원일치'라는 뜻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명운을 가를 헌법재판관 8명은 탄핵심판 선고 전날인 3일에도 평의(재판관 내부 회의)를 지속해 결정문을 다듬고, 결정의 효력 발생 시점과 직결되는 선고 순서를 놓고 논의를 거듭했다. 역대 대통령 사건에 비해 이번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상당해 방청 경쟁률이 역대 최고치인 4800 대 1(오후 5시 기준)을 기록했다.

◇尹 운명의 시간, 선고 순서에 달려

< 안국역 인근 병원 ‘휴진’ > 3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인근 병원 입구에 집회로 인한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안국역 인근 병원 ‘휴진’ > 3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인근 병원 입구에 집회로 인한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관들은 선고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평의를 열고 최종 결정문 작성 전 막바지 조율에 몰두했다. 지난 1일 심리의 최종 절차인 평결(표결)을 마친 뒤 연이틀 후속 작업에 매진한 것이다. 재판관들은 특히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결정문에 오류가 발견돼 헌법재판소가 직권으로 수정·삭제했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들은 결정문에 들어갈 문구와 더불어 세부적인 선고 절차 등에 관해서도 협의를 이어갔다. 헌재 실무 지침(헌법재판실무제요)상 종국 결정을 담은 주문은 재판장이 낭독한다. 그러나 전원일치 의견이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 이유의 요지는 다른 재판관이 읽을 수도 있다.

선고 당일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요지부터 읽기 시작하면 인용이든 기각·각하든 재판관들의 의견이 전원 일치했다는 의미다. 의견이 나뉘었다면 문 대행이 법정의견(다수의견)과 다른 의견이 있다고 먼저 알린 뒤 주문부터 읽는다. 그러나 통진당 해산 사건에서 재판관 간 의견이 갈렸으면서도 요지부터 설명하고 의견별 재판관이 누구인지 밝힌 뒤 주문을 가장 마지막에 낭독한 선례가 있다. 이를 근거로 전국에 동시 생중계되는 윤 대통령 사건에서도 주문부터 읽는 방식은 피할 것이란 견해가 있다.

이 사건의 결론이 인용이라면 선고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재판장이 주문을 읽기 시작한 시간부터 즉시 그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은 단심이자 최종심이어서 불복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결정문 맨 첫 장에 선고일시가 분 단위까지 적힌다. 실제 파면으로 이어진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때 이정미 당시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읽기 시작한 시간이 결정문 맨 첫 장에 ‘2017. 3. 10. 11:21’이라고 기입됐다.

최종 결정문은 4일 오후 3시께 대외에 공개될 예정이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재판관들의 결재와 당사자 송달, 비실명화 작업을 거쳐야 하는 데다 일반 사건 대비 결정문 분량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결정문은 각각 61쪽, 70쪽이었다.

◇일반 방청석 20석에 9만여명 몰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때와 같이 선고일에도 대심판정 안 104개 좌석 중 20개를 일반에 개방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9만6370명이 방청을 신청해 경쟁률은 4818 대 1에 달했다. 노무현(21 대 1), 박근혜(795 대 1) 전 대통령 때를 뛰어넘은 사상 최고치다.

헌재의 긴장감도 상당했다. 이날 평의가 열리는 303호를 포함해 대부분 사무실에 커튼이 쳐졌고, 경내 외부인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선고 당일 재판관들의 모습을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었던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문 대행은 재판관들의 출근길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거듭된 취재 요청에 문 대행은 생각을 바꿨고 선고 하루 전날 방침이 바뀌었다. 대신 재판관들의 동선에 포토라인을 치고 그 밖에서만 촬영할 수 있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허란/장서우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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