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와 가장 가까운 복심들이 하나둘씩 과거 진술을 번복하고 윤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진술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간 윤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대해 끝까지 부인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으나, 순식간에 180도 태도를 바꾸면서 특검 수사도 덩달아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 ‘강경 충성파’로 분류되는 김성훈 전 경호차장이 최근 특검 조사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새로운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차장은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저지 관련 혐의를 부인해왔으나,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참여하지 않은 특검 조사에선 윤 전 대통령의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로 입장을 바꿨다.
실제로 내란특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는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총을 갖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 등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지시했다는 구체적인 발언도 담겼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세 차례 걸쳐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지. 조치해라”는 식으로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통화 내역도 확인됐다. 이 같은 내밀한 지시는 김 전 차장의 진술 없이는 확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김 전 차장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한남동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을 당시 이를 저지하는 데 앞장섰던 경호처 내 ‘강경 충성파’의 대표 격이다.
그는 재임 당시 윤 전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의 생일 축하행사까지 주도하는 등 경호처 내에서도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인사로 평가돼 왔다.
탄핵심판 국면에서도 그는 “경호관에게 최고의 명예는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목숨 바치는 것”이라면서 경찰·검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 관련 불리한 진술을 일절 거부했는데, 탄핵 이후 특검 조사에선 기존 진술을 뒤엎고 새로운 증언을 시작한 것이다.
내란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김 전 차장의 이 같은 태도 변화를 지적하면서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에서 “김 전 차장은 피의자(윤 전 대통령) 변호인들이 참여한 경찰 조사 초기엔 피의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하다가, 피의자 변호인들이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이후에야 범행 부분에 대해 진술하기 시작했다”며 “피의자가 김 전 차장에 대해 회유 또는 압박으로 진술 번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했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최근 순직 해병 특검 조사에서 이른바 ‘VIP 격노설’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상병 사망사건 보고를 받은 뒤 격분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질책했고, 그 결과 경찰 이첩이 보류되고 조사 방향이 바뀌었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은 전언 형식의 간접 진술만 있었으나, 당시 회의 참석자인 김 전 차장이 처음으로 직접적인 목격 사실을 진술하며 의혹에 힘이 실렸다.
김 전 차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에게 채상병 관련 한 장짜리 보고서를 받은 직후,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김 전 차장이 1년 전인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밝힌 내용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그는 회의에서 채상병 사건이 보고되지 않았고,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외교안보 핵심 라인을 이끌며 ‘복심’으로 불린 실세 참모다. 그는 문제의 회의 이후 약 2년 가까이 관련 내용을 외부에 밝히지 않다가, 이번 특검 조사에서 입장을 바꿨다.
당시 회의에는 김 전 차장을 비롯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이 함께 있었으며, 특검은 이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소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때 복심으로 불리던 인물들이 잇따라 특검에 불리한 진술을 내놓자, 윤 전 대통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윤 전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직접 최후진술에 나서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했다. 국무위원들도 떠났고, 변호인 선임조차 쉽지 않다”며 심경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구속 이후 특검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반면 특검은 김 전 차장을 포함한 복심들의 진술을 수사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추가 진술 확보를 염두에 두며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