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세계 최대 수력발전 댐 짓는다 … 印 "물 전쟁 벌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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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티베트고원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용 댐 건설에 착수했다. 인도까지 흘러 들어가는 하천 상류에 중국이 충분한 협의 없이 초대형 댐을 짓자 인도는 이 댐을 “괴물 같다”고 비판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히말라야 국경 지대에서 영토 분쟁을 벌여온 중국과 인도 간 갈등이 수자원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中, 티베트에 ‘초대형 댐’ 착공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티베트자치구 동부에서 ‘얄룽창포강(인도명 브라마푸트라강) 하류 수력발전 프로젝트’ 공사를 시작했다. 이 사업은 수력발전소 총 5기를 계단식으로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연간 발전량은 3000억㎾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양쯔강 싼샤댐 발전량(연 882억㎾h)의 세 배가 넘는다. 총 사업비만 1조2000억위안(약 233조원)으로 추산된다. 중국전력건설그룹이 프로젝트를 맡아 203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얄룽창포강댐은 2020년 중국 공산당이 수립한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에 처음 등장했다. 온실가스 감축 압박을 받는 중국은 수력발전을 늘려 화력발전 비중을 줄이면서도 산업용 전력 부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화통신은 “전기자동차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생산된 전력은 티베트를 포함한 중국 전역으로 송전돼 전력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중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라고 전했다.

시장에선 이번 댐 건설이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댐 건설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지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과거 싼샤댐 건설 당시에는 약 100만 개가 생겼다. 씨티은행은 “공사가 10년간 이어지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을 연간 1200억위안(약 16조7000억원)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실제 경제적 효과는 이보다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 안보’ 위협

인도는 반발하고 있다. 이 강은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브라마푸트라강으로 불리며 1억 명이 넘는 주민이 생계를 의존하는 ‘생명의 강’으로 통한다. 인도 외무부는 올해 1월 “브라마푸트라강 하류 국가의 이익이 상류 지역의 활동으로 훼손되지 않도록 중국이 보장해야 한다”며 중국에 항의했다. 집권 인도국민당(BJP) 소속 한 의원은 중국이 건설하려는 댐을 “괴물 같다”며 “동북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NDTV방송도 “중국이 물 전쟁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과 인도 간 물 분쟁은 티베트고원을 둘러싼 지정학적 구조에서 기인한다. 1950년대 티베트를 실효 지배하기 시작한 중국은 히말라야 수계 대부분의 발원지를 확보하며 ‘아시아의 수원(水源) 강대국’이 됐다. 초반에는 눈에 띄는 갈등이 없었지만 2000년대 들어 기후위기와 인구 증가로 수자원 안보가 대두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국은 이번에 짓는 댐 외에도 이미 얄룽창포강 상류에 다수 수력발전소를 가지고 있다. 장무댐을 포함해 다구댐, 지아차댐이 완공됐고 제쉬댐을 건설 중이다. 그러나 이 강에는 유량 배분 조약이나 공동 운영 협정이 없다. 전문가들은 브라마푸트라강이 미래 분쟁을 초래할 ‘위험 수계’라고 지적한다.

인도는 맞불 전략으로 자국 내 수력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히말라야 북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에 오랜 기간 지연됐던 북동부 수력 개발 사업 12개를 재가동해 총 1만1500㎿ 규모의 발전소 건설을 승인했다. 이 중 가장 큰 사업은 해발 288m 규모의 디방 다목적 댐이다. 인도 측은 “이 댐은 홍수 조절이 주목적이며 발전은 부수적”이라며 중국의 방류에 대비한 완충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네팔, 부탄 등 히말라야 접경국과의 수력 협력도 강화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브라마푸트라강 최하류 국가인 방글라데시는 피해 우려가 크지만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관계여서 인도와 공동 대응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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