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힘주는 은행들 '전통부촌' 압구정서 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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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포커스]강남3구에 富 쏠림, 銀 경쟁 가열
압구정중~신구중 언주로 225m 안에
주요은행 WM특화센터 네 곳 밀집
SC제일銀 WM센터 1호점 압구정에 둥지
현대·한양아파트 ‘슬세권’ 공략
입지선점 위해 오픈런, ‘느좋 카페’ 콘셉트 인테리어

  • 등록 2025-04-16 오후 6:14:06

    수정 2025-04-16 오후 6:14:06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압구정 현대백화점부터 갤러리아백화점까지 이어지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약 3㎞ 근방에는 고액자산가를 위한 은행 자산관리(WM) 특화센터만 6곳이 둥지를 틀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SC제일은행은 WM 특화센터 1호점으로 압구정을 낙점하고 상반기 안에 문을 열 예정이다. 고액자산가가 집 근처에서 편하게 받는 자산관리 상담을 선호하면서 ‘전통 부촌’ 압구정이 은행권 WM 대면채널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16일 “은행이 WM특화센터를 열 때 가장 먼저 선점하려 하는 곳이 서울의 전통부촌, 그중에서도 압구정·청담동의 입지 좋은 곳이다”며 “좋은 건물에 입점하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강남에서도 서초구 반포는 신흥부촌, 강남구 압구정·청담은 전통부촌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며 “슈퍼리치를 위한 플래그십 스토어(대표 채널)를 만들 때 여전히 전통부촌을 우선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WM특화센터 성공 여부를 가늠해보는 곳도 압구정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WM 특화센터 1호점’ 입점 지역으로 압구정을 최종 낙점하고 올 상반기 개소를 준비 중이다. 고액자산가 자산관리 수요, 지역 상징성과 입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압구정을 선택한 것이다. 이미 압구정PB센터를 비롯해 압구정동지점, 압구정로데오지점을 각각 운영 중인 SC제일은행이 채널을 추가하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성수대교 남단 교차로를 끼고 압구정중학교부터 신구중학교까지 이어지는 언주로는 단연 WM센터 메카다. SC제일은행 압구정PB센터(서영빌딩)을 시작으로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뉴서울빌딩), 신한은행 프리미어PWM압구정중앙센터, KB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더퍼스트 압구정이 직선거리 225m 안에 나란히 붙어 있다. 불과 세 블록, 도보로 3분 거리 안에 4개 은행의 WM 특화센터가 들어섰다. 이곳은 압구정 현대아파트·한양아파트 거주자가 길만 건너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여의도·용산이 자산가의 일터라면 압구정은 집이 있는 곳이다”며 “주말에 슬리퍼를 신고 편한 복장으로 WM센터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고객의 수요가 있다. 공간 자체도 ‘힐링’ 콘셉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자료=KB금융그룹 2024 한국 부자 보고서)

실제 각 은행의 WM 특화센터는 상담실마다 인테리어 콘셉트도 다르다. 예컨대 KB국민은행 골드앤와이즈더퍼스트 반포는 도심 속의 자연(urban nature)을 콘셉트로 각 상담실을 사진작가의 방, 건축가의 방 등 각각의 테마로 꾸몄다. 우리은행 투체어스W 도곡은 고객이 주말에도 편하게 와서 쉴 수 있도록 유명한 외국 브랜드의 테이블·의자를 들여놨다. 하나은행 클럽원(Club1) PB센터는 최고급 음향 시설과 음반, 와인 셀러까지 갖추고 있어 슈퍼 리치가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뒀다.

인테리어 비용에만 수천만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은행으로서는 노른자위 땅을 선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은행이 원하는 곳에 입점하기 위해 수개월을 대기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우리은행 투체어스W도곡은 강남 타워팰리스 인근 군인공제회관 빌딩에 입주하기까지 수개월 기다렸다. 전통부촌 압구정동·청담동에선 증권사 PB센터 이사로 빈공간을 두고 은행이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은행의 이 같은 WM특화센터 입지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자산가 수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자산가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쏠림 현상도 심화하고 있어서다. KB금융그룹 부자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자산가는 42만 1800명으로 1년 새 5900명, 금융자산 300억 이상 초고자산가는 1만 100명으로 1500명 늘었다. 초고자산가가 보유한 금융자산은 1년 새 증가한 139조원으로 전체 한국 부자의 금융자산 약 45%를 차지했다. 한국 부자의 45%(약 21만명)가 서울에 거주하고 그 중 45%는 강남 3구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강남3구 ‘부’의 집중도를 고려할 때 은행이 WM특화센터를 통한 초고액자산가 고객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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