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M·로봇 부품 '원스톱 조달'…광저우에선 못 만드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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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광저우만큼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을 하기 좋은 곳이 없을 겁니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의 공급망에 올라타면 배터리부터 기체 제작까지 뭐든 다 할 수 있습니다. 인재와 돈도 넘쳐나고요.”

중국 대표 UAM 기업인 샤오펑후이톈(샤오펑에어로HT)을 설립한 자오더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광저우 본사에서 마주한 이 회사 UAM ‘육지항모’는 글로벌 투자자가 왜 샤오펑후이톈에 열광하는지 짐작게 했다.

5.5m 길이의 육지항모는 평소 대형 다목적차량(MPV)에 탑재됐다가 원하는 장소에서 분리할 수 있는 2인용 플라잉카다. 버튼을 누르자 트렁크가 열리며 플라잉카가 나왔다. 좌석에 앉아 조이스틱을 움직이니 그 자리에서 위로 떴다. 회사 관계자는 “판매가는 200만위안(약 3억9000만원) 미만으로 책정할 것”이라며 “이미 5000대 주문을 받았다”고 했다. 외부에서 7억5000억달러를 조달한 샤오펑후이톈은 내년부터 육지항모 생산에 들어간다.

UAM·로봇 부품 '원스톱 조달'…광저우에선 못 만드는 게 없다

◇전기차·드론 자체 공급망 활용

샤오펑후이톈이 설립 5년 만에 UAM을 상용화 할 수 있었던 힘은 넓고 깊은 산업 인프라 다. 샤오펑후이톈은 15㎞ 떨어진 샤오펑의 공급망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 그 덕에 육지항모에 들어가는 부품의 99%가 중국산이다.

구슬을 보배로 꿰어줄 인재는 널렸다. 본사 반경 5㎞ 안에 중산대, 화난이공대, 광둥공업대 등이 포진해 있어서다. 샤오펑후이톈 임직원 1300명 중 80%가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정부 지원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은 2023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저공경제’란 용어를 꺼내 들며 UAM과 드론산업 육성을 선언했다. 올해 각 대학에 신설된 239개 학과 중 저공경제 관련이 120개로 가장 많았다.

샤오펑후이톈처럼 UAM 기체 상용화에 나선 중국 기업은 이항, 완펑 등 10곳이 넘는다. 이뿐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 그린대로 사람, 돈, 기술, 생태계가 다 갖춰지니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든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티캡테크가 그랬다. 에어버스차이나 수석엔지니어였던 황인지는 2021년 5월 상하이에 티캡테크를 세우고 기술자를 끌어모았다. 그렇게 2년5개월 만에 자체 개발한 E20의 시범비행까지 끝냈다. 황 대표는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드론, 항공기 등 UAM 관련 생태계를 모두 자국에 갖춘 유일한 나라”라며 “똑같은 성능의 UAM을 중국이 40~50%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촘촘한 생태계

중국 산업 생태계는 이제 안 미치는 영역이 없다. 로봇도 그중 하나다. 2022년 6월 광저우에 문을 연 하이토크로보틱스가 설립 1여 년 만에 휴머노이드를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광저우와 선전이 중심인 주강삼각주는 상하이·항저우가 이끄는 장강삼각주와 함께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양대 축으로 꼽힌다. 광저우는 동쪽으론 전자산업, 서쪽으론 가전·철강, 북쪽으론 각종 부품기업으로 둘러싸인 세계 최강의 공업도시 중 하나다. 남쪽에는 이곳에서 만든 제품을 해외로 실어 나를 광저우항이 자리 잡고 있다. 광저우를 품은 광둥성이 ‘세계의 공장’이 된 이유다.

류위하오 하이토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자와 만나 “광저우에선 못 구하는 재료와 부품이 없다”며 “하이토크는 완제품뿐 아니라 로봇 관절 등 각종 부품도 따로 만드는데, 이를 갖다 쓰면 누구든 2만위안(약 400만원)에 기초 수준의 로봇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토크가 개발한 로봇은 타오바오에서 2만6800~7만8000위안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 로봇산업의 특성은 하이토크처럼 ‘오픈소스’로 개발하고, 부품 등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로봇을 개발하는 업체가 수백 개에 이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세계 최강의 로봇 생태계를 구축한 만큼 누구든 여기에 올라타면 단숨에 제품을 개발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쉽게 판로도 찾을 수 있다”며 “중국이 2035년까지 380억달러(약 51조2000억원) 규모로 커질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을 접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저우·상하이=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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