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전문성을 키우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최근 일 관련 고민을 나누는 자리에서 종종 듣는 이야기다. 직장인에게 전문성에 관한 고민이야 새로울 것이 없지만, 요즘 이 말이 들을 때마다 생경하다 싶은 것은 그 고민을 하는 주체가 이제 일을 시작한 지 1~2년 남짓 된 사회 초년생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전문가(專門家)’란 본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해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여기에서 핵심은 ‘상당한 지식과 경험’인데, 어떤 것이 상당해지려면 일단 시간이라는 절대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아직 무언가를 충분히 쌓기 이른 시기에 이런 고민이 짙은 것은 왜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성공 사례를 가까이에서 보며 자랐다는 데 있다. 1980년대생인 필자의 학창 시절, 대단한 사람들은 모두 위인전이나 TV 속에 있었다. 물론 그때도 ‘엄마 친구 아들’은 있었지만, 대부분 학업이라는 한정된 분야에서 비슷하게 뛰어났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쥐고 성장한 지금의 20대는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이의 다양하게 잘난 삶을 말 그대로 손안에서 숨 쉬듯이 목격한다. 소셜미디어 속 또래들이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으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는 모습은 갓 사회의 출발선에 선 스스로의 성숙도를 조급히 고민하게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어릴 때부터 ‘전략적 성장’을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2010년대 전후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은 ‘생기부’ ‘학종’을 관리해야 하는 시스템 속에서 시기마다 필요하다는 학원에 다니며 자랐다. 되고자 하는 상태를 정해 두고 그를 달성하기 위한 검증된 과정을 밟는 것에 익숙하다. ‘내가 전문성을 키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은 빨리 전문가가 되고 싶어 목마른 것이라기보다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전문가로 향하는 과정 위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안에 가깝다.
‘키운다’는 말은 무언가에 의도를 갖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라게 한다는 점에서 능동적이다. 반면 똑같이 성장을 표현하는 ‘길러진다’는 말은 지나고 보면 그렇게 돼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로, 언뜻 수동적으로 들린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능동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좋은 태도다. 다만 전문성이란 1+2=3처럼 연역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당장 어떻게’보다는 궁극적으로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가를 찾아가는 과정, 다양한 경험 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입체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전문성은 귀납적으로 길러진다. 그 시간은 결코 수동적으로 흐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