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체질 개선' 기대로 급등…증권가선 '갑론을박' [종목+]

3 weeks ago 13

화장품 브랜드 힌스의 모델로 발탁된 엔하이픈 성훈. 사진=힌스 제공

화장품 브랜드 힌스의 모델로 발탁된 엔하이픈 성훈. 사진=힌스 제공

LG생활건강이 급등하고 있다. 1분기 실적에서 나타난 미국·일본 시장에서의 외형 성장이 ‘구조적 변화’와 ‘성장 동력 확보’로 해석된 영향으로 보인다. 중국에 편중됐던 화장품 사업의 체질을 개선해가는데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선 아직 미국·일본 시장의 매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현지에서의 브랜드 파워 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인한 수익성 부진이 지적되기도 한다.

29일 오전 11시20분 현재 LG생활건강은 전일 대비 2만4500원(7.68%) 오른 34만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에는 상승폭을 9.25%로 확대해 34만8500원을 찍기도 했다.

이날 발간된 LG생활건강의 1분기 실적 리뷰(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과 키움증권이 목표주가를 상향한 게 투자심리를 자극한 모양새다. 기존 40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던 하나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42만원과 45만원으로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존 3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상향했다.

실적 자체는 예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LG생활건강은 1분기 매출 1조6979억원, 영업이익 1424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와 5.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실적 발표 직전 집계돼 있던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5%가량 많았다. 증권가에서는 예상치를 10~15% 이상 웃돌아야 ‘어닝 서프라이즈’로 평가한다.

사진=LG생활건강

사진=LG생활건강

하나증권과 키움증권이 주목한 건 미국과 일본에서의 매출 성장이다. 미국에서의 매출액은 12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3% 수준에 그쳤지만, 세부적으로 LG생활건강의 자체 브랜드 제품의 매출이 30%나 늘어났다. 에이본을 비롯해 현지 인수한 브랜드의 부진이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일본에서는 CNP, 힌스, VDL 등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출이 23% 증가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채널 내의 LG생활건강 자체 브랜드들의 성과를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 채널 내 판매 구조가 아직 기업간거래(B2B)에서 소비자 대상 판매(B2C)로 전환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70% 증가했다”며 “상반기 중 판매 구조 전환이 완료되면 추가적인 매출 성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LG생활건강은 미국 내 마케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법인인 LG H&H USA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86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우선 1000억원은 북미 사업 운영자금과 재무구조 개선에, 나머지는 미국 법인 자회사인 더에이본컴퍼니에 출자할 계획이다.

허제나 DB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미국법인 유상증자 참여에 대해 “TFS, CNP, 빌리프, 닥터그루트 등 자체 브랜드 전반의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와 인지도 개선이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의 미국 법인이 자체 브랜드를 키우려는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다. 현지에서 인수한 더에이본과 크렘샵 등은 중국에서의 매입 비중이 40%에 달해 향후 매출 축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DB증권은 LG생활건강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목표주가를 33만원으로 각각 유지했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LS증권도 LG생활건강에 대한 투자의견이 ‘중립’이다. 메리츠증권은 추정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투자의견을 전체 주식시장과 비슷한 수준의 수익률이 예상된다는 뜻의 ‘마켓퍼폼’으로 제시한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문 내에서 중국 이외 지역의 매출 비중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익성을 지적한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분석도 눈길을 끈다. 그는 “작년 2~4분기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던 미국 사업이 올해 1분기에는 다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미국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더딘 점 등을 고려해 보수적인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36만7000원이다. 전일 종가(31만9000원) 대비 상승 여력은 15.05%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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