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내공의 수출 히든카드 K컬처] 〈1〉세계가 듣고 먹고 바른다
세계 12개 나라 6800명 조사
85% 주 1회 이상 韓음악 청취
8%는 “매일 K푸드 먹는다”
“어떡해….” “가지마!”지난달 10일 오후 7시 일본 도쿄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케이콘 재팬 2025(KCON JAPAN 2025)’. K팝 그룹 ‘보이넥스트도어’의 무대가 끝나자 일본인 관객들이 한국어로 이렇게 외쳤다. 이들은 케플러, 이즈나, 예나 등 K팝 가수들의 한국어 노래를 ‘떼창’하고 “사랑해”, “멋있어요” 등을 한국어로 외치며 열광했다. 이시카와현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이곳에 왔다는 이나가키 호노카 씨(20)는 “X(구 트위터)에서 ‘보넥도(보이넥스트도어)’ 공연 영상을 우연히 보고 팬이 됐다”고 말했다.
● “한국 무역의 히든카드”
1995년 CJ의 영상산업 세계 진출 선언을 기점으로 K컬처는 30년 내공을 길러 왔다. K컬처에 열광하기 시작한 전 세계 소비자들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를 맛보고, 블랙핑크 제니가 미국 인기 토크쇼에서 ‘최애 과자’로 언급한 ‘바나나킥’을 궁금해하고 있다. 이 토크쇼 이후 농심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 K컬처 경험 푸드·뷰티 등과 상호 연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전쟁 속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기존 수출 효자 품목이 큰 타격을 입는 가운데 K컬처는 무형적 사회간접자본으로서 경제 위기 속 한국 무역의 ‘히든 카드’가 됐다. CJ그룹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글로벌 K컬처 연관 키워드를 뽑아 분석한 결과,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 K컬처 경험은 K푸드, K팝 등을 넘나들며 상호 연결되는 경향을 보였다.
예컨대 방탄소년단의 음악으로 시작된 K팝 선호가 멤버 ‘진’의 전역을 기념해 출시된 ‘비비고’ 신제품 키워드로 이어지며 K푸드까지 확장됐고, 그것이 다시 ‘김치’, ‘매운맛’ 등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블랙핑크 제니에 대한 관심이 그가 모델로 있는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등의 브랜드를 알게 하고, K패션과 K뷰티로 확장되는 식이다.
2019년 미국에서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를 2조 원을 들여 인수하면서 북미 시장에서의 K푸드 확산에 앞장선 CJ제일제당은 미국 매출이 지난해 4조7138억 원으로 2018년 대비 약 13배 증가했다. 11일 미국에서 만난 CJ제일제당의 미국 자회사 ‘슈완스’의 페데리코 아레올라 브랜드마케팅 경영리더는 “K컬처로부터 굉장히 많은 수혜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2000년대 접어들면서 K뷰티, K푸드는 저렴하면서도 개성 있고 품질까지 갖춘 상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세계인이 매력적으로 느끼고 찾아보고 싶은 상품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드라마와 영화 같은 K콘텐츠의 힘이 컸다”며 “콘텐츠에 노출된 것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직접 K브랜드를 경험해 보게 만드는 일종의 ‘씨앗’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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