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만년 조연’ 조미료와 소스가 세계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천연 재료를 강조한 상품과 K컬처 열풍으로 한국 음식 수출시장의 주연급으로 떠올랐다. 조미료와 소스의 인기는 세계인 입맛을 근본부터 길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K푸드 전체가 친근해질 것”
16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스를 포함한 조미료 수출액은 6억5200만달러(약 9500억원)로 4년 전인 2020년 대비 21.4% 증가했다. 조미료 수출은 2020년 5억3700만달러에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평균 5%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조미료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글로벌 소스류 시장은 올해 2076억달러에서 2년 뒤에는 2313억달러로 커질 전망이어서 한국 조미료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K조미료와 소스를 이끄는 회사는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의 소스류 매출은 2020년대 들어 매년 30%씩 늘고 있다. 매운맛으로 유명한 불닭볶음면이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해 소스까지 덩달아 수출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삼양식품은 불닭소스를 앞세워 소스사업 확대에 나섰다. 삼양식품뿐만 아니라 샘표는 차오차이, 팔도는 디오니소스 등 신규 소스 브랜드를 지난해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발 벗고 나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미료와 소스가 세계 시장에 침투할 수 있으면 한국 음식 전체가 친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조미료와 소스 수출 실적 호조가 그 어떤 식품의 대박보다 반가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해산물·채소가 동전 육수로
K조미료와 소스의 대변신은 아이러니하게도 글루탐산나트륨(MSG) 유해성 논란에서 비롯됐다. 조미료는 음식의 풍미를 더 풍부하고 깊게 만들어주는데 대표적인 것이 감칠맛이다. MSG는 감칠맛을 탁월하게 구현했지만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천덕꾸러기가 됐다. 1세대 조미료로 불리는 미원(발효 조미료), 2세대 다시다(풍미 조미료) 같은 제품이 내는 감칠맛에 거부감이 생겼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오해라고 일축했지만 소용없었다.
MSG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조미료는 변신을 꾀했다. 자연에서 유래한 원물 본연의 맛을 부각한 3세대 조미료(자연 조미료)와 4세대 조미료(액상 발효 조미료)가 등장했다. CJ제일제당의 산들애와 대상의 맛선생은 소고기 해물 채소 등 자연 재료를 갈아 넣었다는 점을 앞세웠다. 동원F&B의 동원참치액은 국 탕 찌개는 물론 조림 무침 볶음밥 등 먹거리에 넣으면 맛이 살아난다고 자랑한다.
조미료는 해산물 채소 등 원물을 고형(코인)으로 가공한 고형 육수 제품으로 발전했다. 동원F&B ‘국물의 신’, 샘표 ‘연두 비법육수링’, CJ제일제당의 ‘육수에는 1분링’ 등이다. 콩 단백질을 발효해 소고기맛을 낸다는 CJ제일제당 ‘비건 다시다’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비건(채식주의)과 저염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이 잇달아 출시돼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