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2010년 원윤종은 체육교사를 꿈꾸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해 학교에 붙은 ‘썰매 국가대표 선발전’ 포스터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꿨다. 선발전에 응시해 국가대표가 된 원윤종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봅슬레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최초의 동계 종목 출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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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선수위원 최종후보에 오른 원윤종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에서 이데일리 기자와 만나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을 딸 당시 사진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원윤종은 최근 서울 방이동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대한민국과 봅슬레이 종목을 대표해 IOC 선수위원 최종 후보자가 된 것이 매우 영광스럽다. 열심히 움직여야겠다는 마음뿐”이라며 “반드시 선수위원이 돼서 우리나라 스포츠 외교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원윤종은 올해 2월 대한체육회 평가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피겨스케이팅의 차준환을 따돌리고 IOC 선수위원 선거에 나설 국내 후보로 선정됐다. 이후 IOC에 선수위원 활동 계획·포부를 담은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달 27일 최종 후보 11인에 포함됐다.
IOC 선수위원은 IOC 위원과 같은 예우를 받으며 선수의 목소리를 IOC에서 대변하는 ‘스포츠 외교관’이다. 내년 2월 6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기간에 선수들의 투표로 인해 2명을 선출한다. 투표 결과는 올림픽 폐회 사흘 전인 2월 19일 나온다.
체육교사 꿈꾸던 학생서 IOC 선수위원 최종 후보까지
원윤종은 자신의 인생을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체육 교사를 꿈꾸던 평범한 학생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고, 지금은 행정가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첫 올림픽이었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원윤종은 “좁은 통로를 지나 입장하자 거대한 스타디움을 꽉 채운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었다”면서 “아직도 소름이 돋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당시의 강렬한 기억은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원윤종이 IOC 선수위원을 꿈꾸도록 영향을 준 인물은 유승민 현 대한체육회장이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 유승민 회장이 IOC 선수위원으로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정가의 길을 꿈꿨다”고 언급했다.
이후 원윤종은 대한체육회 선수위원,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선수위원, 경기력향상위원장, 2018 평창기념재단 스포츠 디벨롭먼트 코치 등을 맡으며 행정가 커리어를 쌓아갔다. 은퇴 후엔 캐나다 캘거리로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IBSF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해왔기에 영어 소통에도 능한 편이다.
축소 위기 놓인 동계 스포츠 살리기에 최선
원윤종은 IOC에 제출한 신청서에 활동 계획을 빼곡히 적어냈다. 그는 “IOC의 개혁안인 ‘올림픽 어젠다 2020 +5’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선수위원으로서의 방향성을 결합해 계획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IOC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다양성(Diversity) △경력 전환(Career Transition) △정신 건강(Mental Health) △도핑 근절(Fight Agianst Doping) 등을 기본 의제로 삼고 있다.
그는 또 “눈과 친숙하지 않은 나라의 어린 선수들을 지원하고 싶다는 내용도 적었다”면서 “소외된 지역이나 국가에서 다양한 청소년에게 스포츠를 통한 가치를 일깨워주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게 철학이자 꿈”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그는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과 함께 눈이 오지 않는 자메이카에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트레이닝 스케줄, 영양학적 중요성 등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고 다음달엔 미국 레이크플래시드로 넘어가 자메이카 팀들에 푸싱 코치도 해줄 예정이다. 연맹 차원에서 자메이카에 썰매도 지원한다. 소외된 국가를 지원하는 자신의 행정 철학을 실현하고 있다.
원윤종은 “기후 변화에 특히 위기감을 느낀다. 온난화로 눈의 양이 감소하고 겨울 시즌이 짧아져 동계 스포츠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며 “동계 종목을 살리고 더 나은 올림픽을 만들기 위해 환경 캠페인을 전개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지난해 파리올림픽까지 8년간 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한 유 회장에 이어, 한국 동계 종목 선수로는 처음으로 IO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원윤종은 ”‘하드 워커’라고 불릴 정도로 열심히 일하신 유승민 회장님을 벤치마킹할 것“이라며 ”(선거 기간에) 발이 부르트도록 걷고 뛰겠다. 많은 선수를 만나 표심을 얻고 IOC 선수위원으로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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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선수위원 최종후보에 오른 원윤종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포부 및 계획을 밝히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