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인공지능(AI)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오픈소스 전략을 앞세워 사용자 기반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하면서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산업 표준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은 자사의 고성능 AI 코딩 모델인 '큐원3-코더'를 공개했다고 4일 밝혔다. 큐원3-코더는 알리바바 산하 큐원 팀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이다. 총 4800억개의 매개변수 중 매 토큰마다 350억 개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전문가 혼합(MoE) 구조가 적용돼 있어 성능 저하 없이 연산 효율을 크게 높였다.
실제 큐원3-코더는 성능 평가 지표(SWE-벤치)에서 정답률 67.0%(표준), 69.6%(500턴 테스트)를 기록해 오픈AI의 GPT-4.1(54.6%), 구글 제미나이 2.5 프로(49.0%)를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소넷4(70.4%)에도 근접한 성적이다.
큐원3-코더는 클로드의 코드 인터페이스와도 연동이 가능해 개발자들이 코딩 작업을 쉽게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모바일부터 클라우드까지 폭넓은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어 범용성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큐원3-코더는 여러 중국 기업의 LLM 모델과 마찬가지로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큐원 기반 코딩 모델은 지금까지 누적 20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AI 기반 코딩 어시스턴트 '통이 링마'에도 곧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출시된 통이 링마의 ‘AI 프로그래머’ 기능은 코드 완성, 최적화, 디버깅 지원, 스니펫 검색, 일괄 단위 테스트 생성을 제공하며 30억 줄 이상의 코드를 생성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기술 패권 경쟁에서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오픈소스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술 유출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자체 기술력을 알리고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12일 문샷AI가 공개한 '키미 K2'나 지난해 12월 80억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개발해 화제가 된 '딥시크-V3'도 모두 오픈소스 LLM이다. 특히 키미 K2의 경우 1조개 이상의 매개변수를 갖춘 대형 모델이면서도 연구용·상업용 모두 활용이 가능하도록 완전 공개됐다.
이처럼 오픈소스 전략이 확산된 배경에는 중국 내 치열한 AI 경쟁 환경도 크게 작용했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CAICT)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1500개가 넘는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AI 모델의 4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기술력을 빠르게 입증하고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기업들을 오픈소스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알리바바는 그중에서도 오픈소스 전략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조 차이 알리바바 회장은 여러 포럼에서 "AI 모델의 접근성을 높이면 소규모 기업과 개인 개발자, 스타트업의 혁신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오픈소스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오픈소스 AI는 기술 발전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열쇠가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