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분야에서 향후 10년 동안 지난 100년을 통틀어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며, 병원과 의사의 역할이 재정의될 것입니다.”
아밋 야다브 GE헬스케어 AKA지역(아세안·한국·호주·뉴질랜드) 총괄사장은 4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헬스케어 분야의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로 더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진다면 앞으로는 의료가 ‘치료 중심’에서 ‘예측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순환 구조 구축할 것”
그는 “병원은 AI와 수술 로봇의 일상화로 ‘스마트헬스케어 허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의사의 역할 역시 기존 단발성 진단과 치료에 머물지 않고 환자의 건강여정 파트너로서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세안과 한국, 호주 등 13개 시장을 총괄하는 그는 최근 한국 고객 및 임직원을 만나기 위해 사장 부임 후 처음으로 방한했다.
그는 “우리가 그리는 헬스케어의 미래는 의료 영상, 건강 기록, 웨어러블 기기, 유전 정보 등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를 ‘하나의 통합된 화면(single pane of glass)’에 집약해 분석하는 끊김 없는 의료 데이터 순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가 모이고 분석되고 피드백돼 다시 더 나은 의료로 이어지는 ‘멈추지 않는 데이터 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GE가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 혁신은 빠르고 정밀한 진단과 치료를 가능하게 하며, 행정 부담을 줄이고 의료진의 과로·탈진 및 치료 접근성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GE헬스케어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진단과 초음파 진단, 환자 모니터링, 조영제 등의 사업으로 연간 27조원의 매출을 거두는 세계 최대 의료영상 진단 업체다. 125년 업력을 바탕으로 세계 160개국에 진출해 병원에 400만 대 이상의 의료 장비를 공급했다.
◇“AI 의료 생태계 리더 될 것”
그는 “GE헬스케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00건의 AI 기반 의료기기 인허가를 획득해 3년 연속 FDA 인허가 최다 보유 기업에 이름을 올리며 AI와 디지털 의료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선 AI 기술은 장비의 측정 속도와 정확성을 높였다. GE헬스케어의 MRI 장비 ‘시그나 히어로’는 통상 35분 걸리던 촬영 MRI 촬영시간을 20분 이내로 단축했다. GE헬스케어의 MRI와 CT 장비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듈화돼 업그레이드가 쉽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장비의 교체 없이도 제품을 상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면 각종 비용이 절감된다”며 “기존 장비도 단순 업그레이드가 아닌, AI 딥러닝 기술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CT 장비인 ‘레볼루션 에이팩스’는 부정맥 환자의 불규칙한 심장의 움직임도 업계 최고 수준인 0.019초 속도로 정확하게 포착해낸다. 분당 140번 뛰는 태아 심장 검사에도 특화한 장비다. 초음파 장비 ‘로직 E10 시리즈’는 복부 초음파로 지방간을 측정할 수 있어 최근 소화기 내과 전문의의 수요가 높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해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넘어선 벤치마크 시장”이라며 “경기 성남 센터는 글로벌 초음파 진단기기 연구개발(R&D) 및 생산의 핵심 허브”라고 강조했다. GE헬스케어는 1984년 한국에 진출해 6개 사업장을 두고 있다. 그는 “GE헬스케어 AKA지역 내 R&D부터 생산까지 일괄적으로 맡긴 것은 성남 센터가 유일하다”며 “성남에서 생산된 초음파 제품의 95%는 16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만성질환·고령화 인구 증가로 의료기기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