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인사이트]재택근무자, 존재감 드러내려 빠른 응답

4 days ago 11

게티이미지뱅크 “이 자료 한번 확인해 줄 수 있나요?” 재택근무를 하는 날 상사에게 메신저로 업무 요청이 왔다. 사무실에 있었다면 지금 하던 일을 마친 뒤 답했을 대수롭지 않은 업무였다. 그런데 집에서 일하는 날은 다르다. 바로 답장을 보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생긴다. 내가 사무실 밖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사가 알아주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미국 메릴랜드대와 애리조나주립대, 중국 베이징대 등 공동연구진에 따르면 이런 행동은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연구진은 재택근무자가 사무실 근무자보다 상사의 협업 요청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의 배경에 ‘비가시성 불안(invisibility anxiety)’이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 관리자에게 보이지 않거나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사무실에선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회의에 참석하거나 동료와 대화하는 과정 자체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원격근무에선 이런 일상적인 단서가 크게 줄어든다. 재택근무자가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다. 연구진은 재택근무자의 불안이 실제 행동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를 여러 방식으로 검증했다. 한 기업의 재택근무 명령을 전후로 실제 직장 데이터를 활용한 자연 실험을 했다. 분석한 협업 기록은 175만8540건에 달했다. 여기에 직장인 설문조사, 두 차례의 사전등록 상황 실험, 직원과 관리자를 연결한 두 단계 행동실험을 추가로 진행했다. 연구 방법은 서로 달랐지만 결과는 일관됐다. 재택근무자는 대면근무자보다 비가시성 불안을 더 크게 느꼈다. 이 불안은 상사의 협업 요청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특히 행동실험에서 차이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참가자에게 관리자와 동료가 각각 보낸 요청 가운데 어느 쪽에 먼저 답할지 선택하게 하자, 재택근무 상황에 배정된 참가자의 71%가 관리자의 요청을 먼저 처리했다. 사무실 근무 상황에서는 이 비율이 54%였다. 제한된 시간과 주의력을 상사에게 더 우선 배분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를 ‘신호 보내기(signaling)’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협업 요청에 빠르게 반응하려면 계속 메시지를 확인하고, 업무의 순서를 바꾸거나 다른 일정을 조정할 필요도 있다. 즉, 신속한 반응을 통해 “나는 업무에 집중하고 있으며 협업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 신호는 실제로 관리자의 판단에도 영향을 줬다. 직원이 협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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