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어학 앱 1위 ‘듀오링고’
무료 교육 약속 지키기 위해
구독-시험 사업 모델 개발해
올해 2월 초록색 부엉이가 죽었다는 소식에 전 세계 1위 유튜버 ‘미스트 비스트’ 등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추모의 글을 올렸다. 이 초록색 부엉이의 정체는 글로벌 어학 앱 ‘듀오링고’의 마스코트인 ‘듀오’로 그의 공식적인 사인은 ‘사용자들이 외국어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듀오링고는 “듀오를 살리기 위해선 전 세계 사용자들이 합심해서 학습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펼쳤다. 사용자들은 게임 형식의 외국어 레슨을 즐기며 ‘듀오 살리기’에 동참했다. 사용자들의 뜨거운 참여로 듀오는 결국 부활에 성공했다.
● 큰 목적을 품은 천재
폰 안 CEO는 듀오링고를 창업하기 전부터 큰 부를 이룬 천재다. 인구 절반가량이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과테말라에서 태어났지만 의사인 어머니의 손에 자라는 동안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28세에 카네기멜런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2009년 직접 개발한 ‘리캡차’를 구글에 매각해 약 2500만 달러(약 357억 원)를 손에 넣었다. 그보다 앞선 2000년 그는 박사 과정 시절 지도교수와 함께 몇 개월 만에 ‘캡차’를 개발했는데, 이는 웹페이지에서 새로운 계정을 만들 때 왜곡된 문자를 보고 어떤 모양인지 적는 보안 문자를 가리킨다.이러한 사업들을 매각한 덕에 평생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지만 보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외국어 교육에 주목했다. 빈곤한 비영어권 국가에서 영어 교육이 소득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고향에서는 같은 웨이터라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웨이터는 훨씬 큰돈을 벌었다. 이에 그는 ‘무료 외국어 학습 서비스’를 표방하며 2011년 듀오링고를 설립했다. 폰 안의 비전과 천재성을 알아본 사람들 덕분에 투자도 쉽게 받을 수 있었고 사용자도 빠르게 늘었다.
● 지속 가능성 위한 수익 창출 실험
그러나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교육을 받기 위해서 누군가는 돈을 내야 했다. 사용자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서버 유지, 직원 채용 등에 하루 4만2000달러가량이 지출됐다. 이대로는 지속 가능한 사업 운영을 하기가 어려웠다.듀오링고는 수익 창출을 위한 실험에 나섰다. 현재 듀오링고에서 75% 이상의 매출은 구독으로부터 나온다. 무료로 학습할 때는 중간 광고를 시청해야 하지만, 유료 플랜에 가입하면 광고 없이 학습을 즐길 수 있으며 복습 등 추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최상위 플랜인 듀오링고 맥스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능을 지원한다. AI 캐릭터와 영상통화를 하며 짧은 대화를 나누면 전사 기록을 바탕으로 피드백을 제공한다.이 외에도 온라인으로 간편하고 저렴하게 응시할 수 있는 언어 능력 시험도 운영한다. 오프라인으로 어학 시험을 보기 어려웠던 팬데믹 시기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현재는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 5500개 이상의 기관에서 이 시험을 채택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수익 모델을 운영한 2019년 수입은 약 7100만 달러에서 2023년 말 5억3100만 달러로 7배 이상으로 성장했고 그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에는 약 4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나스닥에 상장했고, 2025년 5월 말 기준 시가총액은 236억 달러에 달한다. 폰 안은 “광고를 끄기 위해 유료 구독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미국, 캐나다 등 부유한 국가의 사용자이며 브라질, 베트남, 과테말라 등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은 무료로 듀오링고를 사용한다”며 사업 구조의 취지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게임처럼 공부도 재밌어야
듀오링고는 2014년 한국에 진출했고 2025년 4월 기준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일본어, 독일어와 수학, 음악 학습 과정을 제공한다. 2024년 10월에는 네이버, 넷플릭스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 마주연 듀오링고 한국 대표를 영입하며 본격적인 한국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마 대표는 “듀오링고에서 한국 사용자들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오징어게임’ 등의 인기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 또한 크게 늘어 중국어 학습자보다 많다”고 전했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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