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한 질문도 밝혀야” vs “개인 연구 노하우”… AI활용 공개 기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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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사용 논문 무더기 탈락]
英의학저널 “AI 밝힌 논문 5.7%뿐”
불이익 우려-공개 기준 모호한 탓
WCRI, 연내 가이드라인 마련 방침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실험 설계와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 등 연구 전반에 활용되면서 학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구 과정에서 AI를 쓰는 일은 자연스러워졌지만, AI 활용 사실을 어느 수준까지 논문에 공개해야 할지는 아직 학계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최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세계연구진실성회의(WCRI)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연구자와 학술지 관계자, 연구윤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논문 작성에 AI를 활용했을 때 이를 공개할 국제 공통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다. 회의에서는 AI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얻은 경우도 공개해야 하는지, 문장 교정이나 오탈자 수정처럼 단순한 작업도 밝혀야 하는지 등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AI에 입력하는 질문 내용인 ‘프롬프트’와 AI가 내놓은 답변까지 함께 공개해야 하는지를 놓고 참석자 의견이 크게 갈렸다.

여기에 학문 분야마다 AI 활용 방식이 달라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로 꼽혔다. 참석자들은 철학과 화학을 예시로 들며, AI를 똑같이 활용했더라도 연구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이 분야마다 달라 공개 범위를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WCRI는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연내에 국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학계가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선 것은 AI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논문에 이를 밝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2024년 영국의학저널(BMJ) 계열 49개 학술지에 제출된 논문 2만5000여 편 가운데 AI 활용 사실을 밝힌 논문은 전체의 5.7%에 그쳤다. 해당 학술지들이 AI 사용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반면 옥스퍼드대 출판부(OUP)가 2024년 전 세계 연구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6%가 연구 과정에서 AI 도구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AI를 쓰는 연구자는 많지만 이를 논문에 밝히는 경우는 훨씬 적다는 얘기다. AI 사용 사실을 공개하면 논문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데다, 무엇을 어디까지 밝혀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연구 현장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윤효재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과 데이터 해석, 그래프 작성, 오탈자 수정 등 연구의 여러 단계에서 AI를 어디에 활용했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프롬프트 로그(기록)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를 개인의 연구 노하우로 보는 시각도 있어 쉽게 합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학술 연구의 핵심은 결국 투명성”이라며 “다른 연구자가 결과를 검증하고 재현할 수 있도록 연구 데이터와 분석 코드를 함께 공개하는 것이 점차 학계의 표준이 되고 있는 것처럼, AI 활용 내역도 검증이 가능하도록 공개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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