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메타 거친 조직문화 전문가 김미루 피플+컬처 대표
AI가 분석·보고서 도맡아
미국 빅테크 대규모 감원
인간의 승부수는 통찰력
대상 깊게 보고 경험쌓고
자기만의 문제의식으로
새로운 가치 만들어내야
"인공지능(AI)이 일상화되면서 일의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회사 안에서도 이제 정해진 일을 처리하는 직원이 아니라 자기만의 시각으로 가치를 만드는 장인이나 아티스트처럼 일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미루 피플+컬처 대표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를 거쳐 202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피플+컬처를 설립했다. 현재는 조직문화·리더십 컨설팅과 개인 커리어 전환 코칭을 하고 있다.
◆ AI 시대 바뀐 일의 기준
과거 실리콘밸리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빠르게 사람을 뽑고 조직을 키우는 것이 성장 공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최고경영자(CEO)도, 투자자도 인력을 무작정 늘리는 전략을 경계한다. AI가 기획과 분석, 운영 등 큰 조직이 나눠 맡아온 일을 상당 부분 대신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조직의 규모보다 구성원 개개인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것은 결국 사람의 경험과 시각에서 나오는 영역이다. 특정 대상을 깊게 보는 세밀함, 현장에서 쌓은 통찰, 자기만의 문제의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김 대표가 "AI 시대에는 사람들이 장인이나 아티스트처럼 일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김 대표의 커리어 역시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2002년 애플코리아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시 애플은 지금 같은 거대 기업이 아니었다. 김 대표는 그곳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마케팅을 배우며 기술이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바꾸는 힘을 처음 실감했다. 애플에서 5년을 보낸 뒤 그는 미국으로 MBA 유학을 떠났다. 이후 MS, 애플 본사, 메타(옛 페이스북) 등 글로벌 테크 회사에서 여러 직군과 직무를 거쳤다. 겉으로 보면 화려한 커리어였다.
◆ 번아웃 끝에 찾은 일의 의미
하지만 15년 차가 됐을 때 벽을 만났다. 회사를 옮기고 직군을 바꾸고 승진도 해보고 회사 안에서 맡은 일도 바꿔봤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문제는 경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가치를 만들고 싶은지 알 수 없다는 데 있었다. 그는 그 시기를 "불 꺼진 방에서 더듬더듬 꼼지락대는 시간"에 비유했다. 방황 끝에 여러 분야의 수업과 강의를 듣고 사람을 만나고 작은 실험들을 이어가며 방향을 찾아갔다.
그 과정에서 관심사는 점점 분명해졌다. "회사 사람들은 왜 이렇게 힘들게 일할까, 어떻게 하면 덜 괴롭게 일할 수 있을까." 번아웃을 겪었던 그는 구글의 자기 내면 탐색 프로그램과 스탠퍼드대 의대의 감정 소진 관련 프로그램을 접하며 일터에서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다루는 일에 눈을 돌렸다.
당시 메타에 다니고 있던 김 대표는 팀원과 협업 부서 사람을 대상으로 점심시간이나 업무 후에 비공식 강의를 열었다. 개인적으로 시작한 작은 시도였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팀장들의 워크숍 요청으로 이어졌다.
3~4년 동안 김 대표의 프로그램을 거쳐간 사람은 1000명가량이었다. 그는 이를 스타트업의 최소기능제품(MVP)이라고 생각했다. 거칠지만 실제 조직 안에서 작동하는 콘셉트가 생긴 셈이었다. 이후 회사를 나와 피플+컬처를 세웠다.
◆ 몰입의 답, 개인 동기에 있다
그는 "컨설팅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직원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해 회사에 더 몰입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그 답은 결국 개인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동기가 회사의 목표와 꼭 같을 필요는 없다. 어떤 직원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일을 배워 나중에 창업하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 과거 조직의 관점에서는 '결국 나갈 사람'으로 볼 수 있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그 동기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이 할 일은 개인의 목표를 억지로 회사 목표에 맞추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 가진 이유와 회사의 미션이 만나는 지점을 찾는 일이다. 김 대표는 "회사가 개인의 동기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지원하느냐에 따라 구성원의 몰입도와 성과는 100% 이상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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