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노래하는 시대, 사람에게 남은 것[2030세상/김지영]

5 days ago 13

김지영 작가·스타트업 투자심사역(VC 며칠 전 우연히 한 노래를 듣다가 휴대전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아티스트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였다. 처음에는 그냥 잘 만든 인디음악인 줄 알았다. 적당히 쓸쓸한 멜로디, 힘을 빼고 노래하는 목소리가 꽤 좋았다. 그러다 이 곡의 보컬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잠깐 멈칫했다. 내가 방금 좋다고 느낀 목소리가 사람이 아니었다니. 더 놀라운 것은 그다음이었다. 다시 들어도 AI라는 사실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전문가라면 단박에 알아챌지도 모르지만, ‘목소리가 좋다’는 댓글이 상당한 것만 보아도 ‘AI티’라는 말이 이제는 무색한 게 아닌가 싶었다. 몇 번을 들어도 여전히 노래는 좋았고, 꿈꾸던 어른이 되었는지를 자문하는 노랫말에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AI가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을 알기 전과 후의 감동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험이 낯설고 묘했다. 흥미로운 건 이 곡이 ‘AI가 만든 노래’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이 아닌 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지만, 그 뒤에는 여전히 한 사람이 있었다. 아티스트 ‘머무르’는 작사와 작곡, 전체적인 프로듀싱 방향을 직접 맡았고, AI를 보컬을 만들어내는 도구로 사용했다. 그는 AI를 ‘현대적인 악기’라고 표현한다. 원하는 감정과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기타를 연주하듯 AI라는 새로운 악기를 골라 자신의 곡에 얹은 셈이다.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다. 음악 생성 AI가 쏟아내는 곡의 양은 이미 상상을 넘어섰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에 따르면 올해 6월에는 하루 평균 약 9만 곡의 AI 생성 음악이 올라왔고, 특정일에는 전체 신규 음원 중 절반을 넘어서기도 했다. 물론 완성도가 낮은 곡들이 대부분이고, 이를 증명하듯 실제 스트리밍 비중 역시 1∼3%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음악계에서는 저작권과 창작자의 권리를 둘러싼 논쟁도 거세다. 최근에는 AI 음악 생성 서비스 ‘수노’를 상대로 음악가들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AI 음악을 ‘진짜냐 가짜냐’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을 듯하다. 사진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음악이 악기와 연주에서 신시사이저와 컴퓨터로 확장됐듯 도구의 변화는 늘 창작의 문턱을 낮춰 왔다. AI가 등장하면서 이제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머릿속에 떠오른 멜로디와 분위기를 실제 음원에 가깝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역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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