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랠리 올라탄 韓증시…'TDF 원조' 운용사는 왜 ‘분산’을 꺼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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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프링 “단일 종목에 은퇴자산 거는 건 룰렛과 같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림 속 은퇴자산 분산 필요성 강조
“은퇴 직전 손실 땐 결과 달라져”…글라이드패스 역할 주목
하나로 TDF 순자산 1조 돌파…韓주식 비중 최대 10%로 확대

  • 등록 2026-06-18 오후 4:27:57

    수정 2026-06-18 오후 4:27:57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단일 종목에 은퇴자산을 거는 건 카지노 룰렛에 돈을 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마티아스 샤이버 올스프링 멀티에셋부문 총괄은 18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하나로 TDF 투자전략 간담회’에서 최근 한국 증시 랠리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은퇴자산 운용 관점에선 특정 종목과 테마에 과도하게 기대는 투자 방식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티아스 샤이버(Matthias Schieber) 올스프링 멀티에셋부문 총괄이 18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하나로 TDF 투자전략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NH아문디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은 이날 글로벌 자산운용사 올스프링과 함께 하나로 TDF 운용 전략과 시장 전망을 공유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올스프링은 1994년 세계 최초로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선보인 운용사다. TDF는 투자자의 목표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생애주기 맞춤형 자산배분 펀드다.

이날 간담회의 핵심은 AI 랠리 속 은퇴자산 운용의 해법이었다. 한국 증시와 AI 산업의 성장 기회는 활용하되, 은퇴 직전 큰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분산과 위험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특히 은퇴 시점이 가까운 투자자일수록 높은 수익률을 좇기보다 하락장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AI 랠리 속 쏠림 부담…“은퇴자산은 분산이 먼저”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한국 증시의 구조와 맞닿아 있다. 샤이버 총괄은 한국 시장이 AI, 반도체, 조선, 방산, 지배구조 개혁 등 여러 기회를 품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전력설비·반도체 수요, 글로벌 재산업화 흐름 속 조선·방산 경쟁력,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 등이 한국 증시의 구조적 변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상승세가 일부 대형주에 집중된 점은 부담 요인으로 봤다. 샤이버 총괄은 “코스피200엔 200개 종목이 들어 있지만 최근 성과의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종목에서 나왔다”며 “은퇴자산을 특정 종목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 인터넷 버블처럼 특정 테마 쏠림 이후 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은퇴자산 운용에선 상승장 참여만큼 손실이 발생하는 시점도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프랭크 쿡 올스프링 글로벌솔루션부문 총괄은 “같은 평균 수익률을 거두더라도 손실이 은퇴 직전에 발생하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낙폭이라도 은퇴 시점에 가까울수록 회복 부담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쿡 총괄은 이를 ‘수익의 순서’ 문제로 설명했다. 장기 평균 수익률이 같아도 수익과 손실이 발생하는 순서에 따라 은퇴 이후 자산 고갈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TDF의 핵심인 글라이드패스는 이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젊을 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여 자산 증식을 추구하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낮춰 손실 방어에 초점을 맞추는 구조다.

글라이드패스의 효과는 하나로 적격 TDF 2030과 코스피 월간 수익률 비교에서도 드러났다. 코스피가 크게 오르는 구간에선 TDF가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지만, 시장이 급락할 때는 손실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쿡 총괄은 “코스피는 TDF보다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지만, 큰 손실도 입을 수 있다”며 “은퇴자에게는 이 같은 큰 손실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랭크 쿡(Frank Cooke) 올스프링 글로벌솔루션부문 총괄이 18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하나로 TDF 투자전략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NH아문디자산운용)

조정 땐 줄이고 반등 땐 확대…전술적 배분으로 대응

하나로 TDF는 시장 상황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했다. 김석환 NH아문디자산운용 솔루션팀장은 2월 말까지 주식 비중을 글라이드패스보다 높게 가져갔지만, 3월 조정 국면에선 주식 비중을 빠르게 줄이고 한국 비중도 청산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시장이 반등하자 한국 비중을 다시 확대했고, 채권 비중 축소와 환헤지 조정으로 금리·환율 변동에 대응했다.

이러한 능동적 자산배분은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운용펀드 기준 하나로 적격 TDF는 5년 수익률에서 2025형이 39.52%로 유형 내 1위에 올랐다. 2030형은 56.94%, 2035형은 65.83%, 2040형은 72.54%로 각각 유형 내 2위를 기록했다. 김 팀장은 올스프링의 글로벌 주식 펀드 편입과 전술적 자산배분, 하방 위험 관리가 장기 성과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수탁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박동우 NH아문디자산운용 본부장은 하나로 TDF 순자산이 지난 3월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설정액 기준으로는 약 7500억원 수준이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디폴트옵션을 통해 유입됐다. 그는 현재 하나로 TDF의 국내 TDF 시장점유율이 4.2% 수준이라며, 올스프링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2년 안에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향후 운용의 중심엔 AI 빅사이클이 놓일 전망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한국 주식의 최대 편입 한도를 10%까지 확대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에만 집중하지 않고 GPU·CPU·AI 서비스 등 AI 산업 전반에 글로벌 분산투자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함께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김 팀장은 “하나로 적격 TDF는 올스프링의 글로벌 운용 역량과 국내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능동적인 자산배분을 추구한다”며 “안정적인 운용과 체계적인 위험관리로 장기 은퇴자산 형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석환 NH아문디자산운용 솔루션팀장이 18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하나로 TDF 투자전략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NH아문디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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