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기업 BYD(비야디)가 ‘5분 충전으로 400㎞ 주행’이 가능한 초고속 충전기술을 공개했죠. 전기차 충전이 주유만큼 빨라졌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는데요. 이거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요. 만약 이게 사실이면 업계 판도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갑자기 현실로 다가온 미래 기술 ‘5분 충전’을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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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트가 왜 나와?
‘1초에 2㎞’, ‘5분에 400㎞’. 믿기지 않는 수치가 중국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BYD가 17일 저녁 깜짝 공개한 ‘슈퍼 e플랫폼 기술’의 놀라운 충전 속도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이 자리에서 왕촨푸 BYD 회장은 이렇게 말했죠. “전기차 충전 불안을 완전히 해결하는 궁극적인 답은 전기차의 충전 시간을 휘발유 차 주유 시간 수준으로 짧게 만드는 것, 즉 에너지 보충 속도 면에서 ‘연료와 전기가 같은 속도’를 실현하는 것입니다.”이런 초고속 충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건 3고-고전압, 고전류, 고전력-입니다. 잠시 물리학 얘기를 하자면 ‘전력=전압X전류’이죠. 그리고 출력 전력이 높을수록 충전 시간은 줄어듭니다. 즉, 전압 또는 전류를 높이면 그만큼 충전 시간을 줄일 수 있단 뜻인데요.
그런데 BYD는? ‘최대 출력 전압 1000V, 전류 1000A, 전력 1000㎾’을 달성했다고 주장합니다. 1000㎾=1㎿여서, BYD는 이를 ‘메가와트 플래시 충전’이라고 부르죠.
뭐? 1㎿? 모두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수치인데요. 놀라움과 함께 이런 말이 바로 튀어나오죠. 그게 가능해?배터리 수명 괜찮습니까
전압을 높이고 전류를 강하게 투입하면 충전이 빨리 되는 거야 당연하죠. 그럼, 왜 이전까진 그걸 못했느냐. 크게 두 가지 이유입니다.①전류를 아주 빨리 강하게 투입해도, 지금 상용화된 소재로는 배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이 그 속도를 미처 따라가질 못합니다. 전류를 다 받아들일 수 없으니, 충전이 그만큼 빨리 되질 않죠.(소재의 한계)
②이렇게 전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저항이 생기고, 그럼 배터리가 과열됩니다. 배터리 수명이 단축될 뿐 아니라, 자칫 열폭주 같은 큰 사고로 이어지죠.(수명과 안전성 문제)
먹는 것에 비유하자면,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입에 쑤셔 넣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아무리 많이 집어넣어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뱉어내거나,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배탈이 나게 됩니다. 그러니 할 수가 없었던 거죠.
전기차 대중화의 퍼즐이 맞춰진다
물론 전기차 제조사가 공식적으로 밝히는 충전 속도는 약간 과장된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충전했을 때도 그 정도 속도가 나오는지는 솔직히 두고 봐야 하죠.또 ‘5분 충전’ 적용 모델은 아직 BYD가 중국에서 판매할 2개 모델(한L, 탕L)뿐이고요. 그나마 BYD가 앞으로 중국 전역에 설치할 충전소 4000곳에서만 이 정도 속도가 가능합니다. 참고로 중국의 전체 전기차 충전소는 320만 개에 달하죠.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잠시 접어두고 생각해 보면 ‘5분 충전’이 전기차의 미래임은 분명합니다. 내연기관차는 5분만 주유하면 600㎞를 가잖아요. 전기차 충전 속도가 이와 별 차이 없게 된다면 전기차를 사야 할 이유는 훨씬 늘어납니다. 유지비는 원래부터 전기차가 더 저렴하고, 차값은 아직 비싸지만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니까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중국의 자동차 분석가 레이 싱은 블룸버그에 “BYD가 게임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하죠.
게임체인저는 누가 될까
‘주행거리 염려증’은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문제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크게 세 갈래로 진행돼 왔는데요.①완전 충전으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주행거리 늘리기=배터리 성능 개선 & 차세대 배터리 개발(예-전고체 배터리)
②초고속 충전=더 빠른 급속 충전 기술 개발+충전망 확대
③배터리 교환 네트워크=배터리를 빠르게 갈아 끼우는 배터리 교환 시스템 확장
그동안엔 1번, 즉 더 한번 충전으로 멀리 가는 성능 좋은 배터리를 만드는 데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가장 열을 올렸는데요. BYD ‘5분 충전’의 등장은 1번 못지않게 2번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물론 그 둘이 병행해 나가겠지만, 더 빠른 초고속 충전을 위한 전기차 업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겠죠. 그동안은 현대차의 ‘18분 충전’이 가장 빠른 축에 속했는데, 이젠 10분도 아니고 5분 충전이 도달해야 할 목표점으로 설정되었으니까요.
전기차용 배터리 세계 1위 기업인 중국 CATL 역시 배터리 교환 사업 투자를 늘려왔습니다. CATL은 매우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에 납품하는 배터리 전문기업인데요. 만약 그 많은 CALT 배터리 규격이 통일을 이룰 수 있다면, 즉 차종 상관없이 CATL 배터리는 모두 CATL의 배터리 교환소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엄청난 사업이 되겠죠. CATL은 100초 만에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있는 교환소를 중국 전역에 3만개 깔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리고 지난 17일엔 이 두 기업이 손을 잡았습니다. CATL이 니오와 전략적 협업을 맺고 약 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건데요. 이 파격적인 제휴 소식에 시장이 환호하면서 홍콩에 상장된 니오 주가가 한때 16% 상승했죠. 그런데 잠시 뒤, 같은 날 저녁 나온 BYD 초고속 충전 기술 발표가 김을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교환소에서 3분 이내에 배터리 갈아 끼우기 VS. 충전기에서 5분 만에 초고속 충전하기. 과연 전기차 운전자들은 무엇을 선택할까요. 두 진영의 선두에 있는 중국 배터리 강자들(CATL과 BYD)의 싸움이 흥미진진한데요. 물론 본격적인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으니, 결과는 한참 더 두고 봐야 합니다. 판을 뒤집는 게임체인저로 올라서기 위한 이 치열한 다툼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과 2차전지 기업들이 선전하길 응원해봅니다. By.딥다이브
BYD의 신기술도 놀랍지만, BYD 발표 하나에 전 세계가 들썩이는 이 영향력도 놀랍습니다. 몇년 전과 비교하면 BYD 위상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실감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전기차 충전은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을까요. BYD는 1초에 2㎞, 5분에 400㎞ 주행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고전압, 고전류, 고전력으로 이전엔 없던 메가와트 충전 시대를 열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소재 한계로 인해 충전속도를 끌어올리기 어려웠습니다. BYD는 전해액, 분리막, 전극 등 모든 배터리 소재를 개선해 5분 초고속 충전을 가능케 만들었다고 설명합니다.
-휘발유차 주유 시간과 전기차 충전 시간이 같아지면, 게임은 또 다른 차원이 되지 않을까요. 전기차 대중화로 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선두에 서기 위한 업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겁니다.
*배터리 기술 관련해선 김상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도움말을 주셨습니다.
*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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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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