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도 서울대 간 비결이…" 한국 뒤흔든 '오나타 소동' [최수진의 나우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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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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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셜 떼다 주면 진짜로 다 합격한다대? 너희 누나도 그렇게 (서울대) 간 거야?"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오애순(문소리)의 아들 양은명(강유석) 담임선생님 대사다. 아들 담임선생님을 만나러 간다고 꽃 화분까지 사다 들고 곱게 차려입은 애순이의 얼굴이 이 말을 듣고는 벌게졌다.

사건의 발단은 은명이가 담임선생님의 차 쏘나타(SONATA)의 'S'를 떼다가 친구들에게 돈을 받고 판 일이었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은명이 누나 양금명(아이유)이 들고 다니는 책 밴드에는 마치 은명이가 떼다 준 것만 같은 이니셜 'S'가 선명히 붙어있다.

"내 차가 오나타냐고!"...당시 사회적 문제

은명이 담임 선생님은 애순에게 "내 차가 오나타냐!"라며 따진다. 쏘나타의 S가 떼어졌으니, ONATA(오나타)가 됐다는 얘기다. 선생님은 곧 "한문 선생님 차는 폰(PONY), 교장 선생님 차는 텔라(STELLAR)가 됐다!"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포니의 Y, 스텔라의 S 모두 우리나라 명문대 이니셜 앞 글자다.

폭싹 속았수다에 등장한 '오나타' 소동은 1997년 11월 언론에도 보도됐을 정도로 사회적인 골칫거리였다. 21일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당시 팔리던 쏘나타Ⅲ의 엠블럼 도난 사건이 빈번했다고 한다. 쏘나타의 S를 갖고 있으면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고, Ⅲ(로마자 3)을 가지면 수능 300점 이상의 고득점을 맞을 수 있다는 어긋난 믿음 때문이었다.

당시 벌어졌던 S와 Ⅲ 엠블럼 도난 사건 때문에 현대차 일선 영업점과 정비소에는 "엠블럼을 새로 달아 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결국 현대차는 1997·1998년형 쏘나타Ⅲ 차량 중 3만6000대를 대상으로 S와 Ⅲ 엠블럼을 무상으로 달아주는 무상점검 서비스를 수능이 끝난 직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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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타 소동, 그만큼 인기 많았던 쏘나타

오나타 소동은 현대차의 쏘나타가 그만큼 인기가 많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도로에 돌아다니는 쏘나타가 많았다는 뜻이다. 지금은 국민 세단으로 준대형 그랜저가 꼽히지만, 1990년 당시 국민 고급 세단은 중형 쏘나타로 통했다. 1985년 출시된 쏘나타는 이후 11년 만인 1996년 국내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기록하며 대히트를 친다.

쏘나타의 전성시대를 이끈 모델은 쏘나타Ⅱ·Ⅲ다. 1993년 출시된 3세대 쏘나타Ⅱ와, 이의 부분 변경 모델 쏘나타Ⅲ는 출시 3년 만에 60만대가 팔리며 중형 세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여담으로 쏘나타Ⅲ 출시 간담회 때,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정세영 현대차 명예회장, 정몽구 현대그룹 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했다고 한다. 그만큼 현대차 내부에서도 쏘나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쏘나타는 현대차 실적에 혁혁한 공을 세운 모델이 된다. 쏘나타는 출시 이후 국내 베스트셀링카 자리에 12번 오른다. 2009년 만들어진 6세대 YF 쏘나타는 인상적인 디자인으로 미국에서 국내 판매량(51만대)의 약 3배인 160만6512대가 팔리면서 한국에서 만든 세단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을 세웠다.

"아이유도 서울대 간 비결이…" 한국 뒤흔든 '오나타 소동' [최수진의 나우앤카]

그랜저에 국민차 내줬지만...최근 다시 판매량 껑충

쏘나타는 그랜저에 밀려 국민차 입지를 잃는 듯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쏘나타는 올해 1~2월 전년 대비 327.6% 증가한 8205대를 판매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목받는 시장에서 단종설에 휩싸인 중형 세단이 다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평균 6000만원대로 SUV 가격이 상승하면서 보다 경제적인 선택을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 판매량을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차량 가격이나 유지비를 고려하면 경제적인 세단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2023년 3월부터 현대차가 중국에서 만든 쏘나타 택시 모델을 역수입하면서 그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모델을 찾지 못했던 택시 기사들이 쏘나타를 다시 찾고 있다. 지난해 쏘나타 택시 모델은 전체 쏘나타 판매량의 약 31%를 차지했다.

쏘나타는 최근 단종설이 나돌 정도로 노후된 모델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일각에서는 역사와 상징성을 고려할 때 쉽게 단종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쏘나타는 40년 넘는 헤리티지를 보유한 보기 드문 모델 중 하나"라며 "전동화가 지연되는 등 상황을 고려했을 때 쉽게 단종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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