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최휘영 문체장관 지목
네이버·인터파크·놀유니버스 대표
하정우·한성숙 때와는 다른 분위기
수익보다 공공성·지원책 우선해야
이재명 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이 마무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장고 끝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최휘영 놀유니버스 대표이사를 지명했다. 향후 300조원 규모의 K-컬처시장을 견인해야 하는 자리에 정보기술(IT) 전문가를 앉힌 것이다. 콘텐츠·문화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최 대표를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목하며 중앙행정기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끝냈다. 놀유니버스는 인터파크트리플과 야놀자플랫폼의 합병으로 탄생한 여행·공연·문화기업이다. 2008년 문체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관광업종 기업가가 장관 후보자가 됐다.
최 후보자는 1964년생으로 야후코리아, NHN, 네이버, 트리플, 인터파크 등을 거친 디지털 플랫폼 전문가다. 특히 트리플에서는 개인의 여행 이력을 토대로 맞춤형 여행 정보를 추천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구축했고, 네이버와 인터파크에서는 사장을 역임하며 회사의 성장기를 이끌었다. 놀유니버스 수장으로 통합법인의 브랜드 통합 작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문체부 장관직에는 대개 예술계 원로나 관광·문화협회 출신이 올랐다. 유인촌 장관은 물론 이어령, 정한모, 이창동, 김한길, 김명곤 등 다수가 예술가였다. 이와 함께 차관직은 체육계 거물이 맡는 것이 관례였다.
때문에 이번 최 대표를 문제부 장관 후보자로 지목한 것을 두고 이 대통령의 문화 강국 실현 의지가 반영된 ‘실용 인사’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콘텐츠를 성장 동력으로 지정하고 문화시장을 30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이 대통령의 전략에 맞춰 컬처산업을 예술·공연·전통문화에서 엔터테인먼트·관광문화로 재편하려면 최 후보가 적임자라는 평가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 후보자는) 온라인포털 대표자 및 여행플랫폼 창업자 등 다양한 분야의 경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민간 출신의 전문성 및 참신성을 기반으로 K-컬처시장 3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이 대통령의 구상을 현실화할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라고 설명했다.
관광업계는 최 후보자가 여행업 매커니즘에 정통한 만큼 관광 산업 육성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처럼 예상하지 못한 악재가 발생해도 과거 대비 빠른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공공성보다 수익성에 치중된 정책 추진 가능성과 문화 행정 경험 부족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와 이해도가 떨어지는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정우 대통령실 인공지능(AI)미래기획 수석비서관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다른 네이버 출신이 요직을 차지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와 플랫폼 운영 경력은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평소 문화·예술을 즐기지 않는 문체장관 후보자라니 의아했다”고 말했다.
복수의 출판·공연업계 관계자는 “대중가요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웹툰·웹소설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 중심으로 공공 지원을 늘리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라며 “다만 문학이나 미술, 연극처럼 국가·민족 정체성을 담지만 고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가 더 소외될까 봐 걱정이 크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