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만6000가구 규모의 선도지구를 선정한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다시 2차 사업지구 경쟁이 본격화한다. 다음달 2차 지구 선정 방식 발표를 앞두고 지난해 탈락 단지가 대거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정비 물량을 선정한 분당은 이주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선도지구 역시 사업성을 두고 갈등을 빚는 등 일정 지연 우려가 크다.
◇ 선도지구 ‘승자의 저주’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경기 성남시는 분당신도시 재건축에 따른 이주 대책 중 하나인 이주단지 대체 부지를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야탑동에 1500가구 규모의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 반발로 성남시가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갈등을 빚었다.
올해 초 성남시는 궁내동과 금곡동, 백현동, 동원동 등 대체 부지 후보를 국토부에 제안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1500가구 규모의 공급 가능성 등을 놓고 후보지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주 대책을 못 세우면서 후속 정비 물량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과열 여부를 살펴보는 중”이라며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이주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후속 물량 축소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선도지구도 사업성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선도지구 지정 당시 과열 경쟁으로 공공기여 추가 제공과 장수명 주택 시공, 이주 주택 제공 등을 선택했다. 반대급부로 사업성이 낮아져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이 늘어난 것이다.
분당은 주민이 직접 성남시에 추가분담금 경감을 위한 사업 조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고양시도 시의회가 나서서 일산의 재건축 용적률 상향을 추진 중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평촌도 선도지구 사업성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는 등 대부분 선도지구가 ‘승자의 저주’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목표로 한 2027년 착공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 2차 지구 경쟁 본격화
선도지구와 달리 후속 단지들은 2차 지구 지정 경쟁에 일찌감치 뛰어들고 있다. 국토부와 1기 신도시 지자체가 다음달 2차 사업지구 선정 방식을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2차 사업지구는 선도지구와 달리 공모 방식 대신 주민 제안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선도지구 경쟁 과정에서 과열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분당은 선도지구와 비슷한 1만2000가구 규모의 지구 선정을 준비 중이다. 일산은 5000가구, 평촌은 3000가구를 지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과 산본도 각각 4000, 2200가구의 지구 지정을 계획하고 있다.
선도지구 때와 달리 공공기여율을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며 사업성에 대한 기대는 더 높아지고 있다. 현재 분당은 공공기여율이 용적률에 따라 최대 50%에 달한다. 경쟁을 피해 사업을 늦게 추진하면 공공기여율을 낮춰주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선도지구 선정 단지들을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크게 상승한 점도 2차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분당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선도지구 경쟁 과정에서 오른 매매가가 선정 후 더 뛰었다”며 “분담금 우려에도 재건축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분당에선 분당 시범한양, 파크타운 등이 2차 선정을 준비 중이다. 일산에선 강촌1·2단지와 백마1·2단지 등이 선도지구 경쟁에서 탈락했는데, 지난해부터 2차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단지는 이미 신탁사 등과 협력해 재건축 계획을 준비 중이다. 일산의 한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선도지구 경쟁에 참여한 단지는 준비가 잘돼 있어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