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 쏟아부었는데…"공짜로 줘도 싫어" 입주민 불만 폭발 [주간이집]

1 week ago 6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에 설치된 조경석.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에 설치된 조경석.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지만 결국 수요의 힘이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매주 수요일 '주간이집'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함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포착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일대 노후 연립주택으로 가득했던 달동네가 신축 대단지 아파트로 변모한 후 조경석 문제로 전국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서울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 이야기입니다.

4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6~1일) 기준 방문자가 많은 상위권 단지 톱3에 래미안라그란데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통상 분양을 앞둔 단지가 많은 관심을 받기 마련인데, 이미 입주까지 한 아파트에 3만637명이 몰렸습니다. 래미안라그란데는 이문1구역을 재개발한 최고 27층, 39개 동, 총 3069가구 규모 아파트입니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신축 대단지이지만, 래미안라그란데가 주목받은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돌' 때문입니다. 래미안라그란데의 이문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최근 단지 내 3곳에 거대한 조경석을 설치했습니다. 원래 계획된 조경이 아니었고 이미 조경 작업도 마친 상태였기에 멀쩡한 조경을 걷어내는 작업도 수반됐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에 설치된 조경석.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에 설치된 조경석.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현재 단지에 설치된 3개 조경석은 시작입니다. 향후 27개 이상 추가 설치될 예정입니다. 이문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29일 대의원회를 열고 '아파트단지 내외부 수목 관리 및 조경석 특화공사 업체 계약의 건'을 의결했습니다. 조경석을 '30개 이상'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조합이 조경석 설치에 배정한 예산은 18억원입니다. 입주민 반발도 이어졌습니다. 한 입주민은 "차라리 처음부터 계획했다면 모르겠지만, 멀쩡한 조경을 뜯어내며 촌스러운 조경석을 설치할 이유가 있느냐"고 불만을 털어놨습니다.

다른 입주민도 "다른 주민들과 함께 동대문구청에 민원을 넣고 있다"며 "이미 입주까지 마쳤는데 입주민 의향도 물어보지 않고 조합 대의원회가 임의로 결정할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동주택법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아파트를 완공하고 입주예정자가 절반 이상 입주하면 입주자·사용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고 아파트 관리 권한을 이양해야 합니다. 이후 자치 의결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되면 관리 권한을 받는 식입니다. 래미안라그란데의 입주율은 이미 80%를 넘겼지만, 아직 조합이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에 설치된 조경석.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에 설치된 조경석.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주민 사이에서는 조경석이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과 함께 설치 목적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단지를 방문해 직접 본 조경석은 래미안라그란데라는 단지명이 적혀 있지만, 얼룩덜룩한데다 산에서 갓 캐온 듯 곳곳에 누런 흙도 묻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과거 여러 아파트에 설치된 잡티 없는 고급 조경석과도 모양새가 사뭇 달랐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입니다. 조경석 설치 과정에서 기존에 심은 조경이 훼손된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일부 관목은 뿌리가 뽑힌 채 고사한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논란이 이어지자 래미안라그란데는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호갱노노에서 해당 단지를 찾은 일부 방문자는 "이제부터 '래미안 돌그란데'라고 부릅시다", "이문동 최고의 이슈 단지" 등의 글을 남겼습니다. 입주민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한탄도 이어졌습니다. 이들은 "볼 때마다 화가 난다", "저런 돌, 공짜로 준대도 안 가져간다. 너무 속상하다" 등의 감상을 남겼습니다.

다만 지역 부동산업계에선 조심스레 인지도에 대한 기대가 나오기도 합니다. 인근의 한 개업중개사는 "시간이 지나면 강북의 한 신축 대단지로 잊힐 수도 있던 곳이 전국구로 유명세를 치렀다"며 "당장은 비난을 받더라도 이 관심이 나중에는 인지도로 쌓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에 설치된 조경석.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에 설치된 조경석.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다른 개업중개사도 "욕세권(욕+역세권)은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가격이 오른다고 하지 않느냐. 래미안라그란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만드는 데 18억원이면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래미안라그란데는 유일함을 뜻하는 'La'와 거대함을 뜻하는 'Grande'를 합친 이름입니다. 향후 30여개 조경석이 들어설 래미안라그란데가 누리꾼들의 놀림처럼 '래미안돌그란데'에 그칠지, 단지 이름대로 강북권 대표 대단지로 거듭날지 드러나기까진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지난주 방문자가 가장 많았던 단지는 2주 연속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들어설 예정인 '고덕강일대성베르힐'이 차지했습니다. 이달 넷째 주 3만7198명이 몰리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신축 아파트에 대한 예비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이어 임의 분양에 나선 금천구 시흥동 '한신더휴하이엔에듀포레'가 3만1221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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