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업체, 파킨슨병 치료제 승인 신청
세계 첫 만능줄기세포 신약 눈앞에
美 등도 시장 선점 위해 규제 완화
韓, ‘황우석 사태’ 이후 시계 멈춰… 2019년 이후 지금까지 허가 ‘0’건
2020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기업이 개발한 세포유전자치료제 허가 건수다. 세계적으로 희귀병 치료를 위한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한국의 시계는 멈춰서 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세포유전자치료제가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은 것은 2019년이 마지막이다.
그사이 이 분야 선도국으로 평가받는 일본은 세계 최초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치료제 승인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2030년 12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에서 한국이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日 세계 최초 유도만능줄기세포 치료제 허가 임박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스미토모 제약은 최근 후생노동성에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한 파킨슨병 치료제 ‘라구네프로셀’의 제조 및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만약 판매가 허가되면 세계 최초의 유도만능줄기세포 치료제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란 피부나 근육 등에서 채취한 체세포를 다시 줄기세포로 되돌린 것이다. 이미 성숙해 형태가 갖춰진 어른의 상태라 할 수 있는 체세포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어린아이 같은 ‘만능’ 줄기세포로 바꿔주는 것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원하는 기능의 세포를 얻어낼 수 있다.
스미토모 제약은 파킨슨병이 뇌 속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손실돼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란 점에 착안해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도파민 생성세포를 만들었다. 이 세포를 뇌에 이식하면 도파민이 정상적으로 분비되고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세포유전자치료제가 파킨슨병처럼 치료제가 없는 질병이나 희귀 질환의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많은 바이오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은 2024년 201억 달러(약 28조 원)에서 2030년 898억 달러(약 125조 원)로 약 4배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韓 제도 있어도 적용 안 돼 ‘빛 좋은 개살구’각국 정부도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 선점을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3년부터 세포유전자치료제에 중대한 안전성 문제가 없고 효능이 있을 가능성이 큰 경우 조건부로 승인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그만큼 개발 기업이 빠르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그 결과 현재 진행 중인 유도만능줄기세포 임상시험 60여 건 중 3분의 1이 일본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세포유전자치료제 승인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FDA는 2016년 재생의료치료제 활성화를 위해 ‘첨단재생의학치료제(RMAT)’ 가속 심사 프로그램을 지정했다. 중증 질병에 대한 세포유전자치료제의 경우 이 트랙을 통해 우선 심사와 가속 승인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 결과를 조작해 큰 물의를 일으킨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건 이후 세포유전자치료제 허가에 매우 보수적이다. 국내에서 세포유전자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국내에도 신속 심사 제도가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인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 가운데 국내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많은 기업이 국내 시장이 안 뚫리니 일본으로 많이 넘어가는 추세”라며 “결국 세포유전자치료제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접근성만 떨어지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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