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100년, 200년 이상 영위하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할까? 이 책은 그 해답이 ‘ESG 거버넌스’에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일부 리더의 단기적인 뛰어난 역량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그 근간에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하도록 하는 지속가능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 책은 ESG 경영의 핵심 축인 거버넌스(G)를 중심으로, 기업 내부에서 ESG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도입부에서는 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의 모델이 된 A사의 환경오염 사례와, 2022년 발생한 B사와 C사의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여부를 가른 조건 등 실제 사건을 통해 “ESG 실패는 결국 거버넌스 실패”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ESG가 단순히 환경·사회적 문제 해결이 아닌 기업의 법적·윤리적 생존 조건임을 실감하게 한다.
한국 기업은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저평가 문제를 겪고 있다. 이는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사외이사의 견제 실패, 투명성 부족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책은 국내 기업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ESG 거버넌스를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실천적 전략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기업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이해관계자 간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여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의 낮은 거버넌스 순위와 그로 인한 한계점을 진단하고 주주, 이사회, 감사 등 가장 중요한 거버넌스 요소에 집중할 것을 요청한다. 실제로 MSCI, 서스테이널리틱스 등 주요 ESG 평가기관들은 이사회 구성, 보상 정책, 주주 권리, 소유 및 통제 구조, 회계 투명성 등 거버넌스 요소를 ESG평가에서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 독립성·전문성 확보와 견제 구조 설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CEO와 이사회 의장의 겸직 제한과 외부 경영 전문가 영입, 사외이사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 소수주주의 경영 참여 등은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한국적 경영 풍토 때문에 사외이사의 확대, CEO와 의장의 분리가 기계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실제로는 경영권의 입김이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의 도입과 함께 풍토 개선까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잘 설계된 기업 거버넌스는 경영진이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도록 유도하며,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는 기업이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일관되게 높은 성과를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와 함께 기업이 자사의 핵심 사업을 ESG와 연계하여 ESG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중요 ESG 이슈를 이사회에서 식별하고, 중요 이슈 대응을 경영전략에 내재화함으로써 재무성과와 지속가능 성과를 통합하는 것이다. 특히 경성규범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ESG를 국내 기업에 요구하는 연성규범도 국내 기업이 대응해야 할 중요한 이슈다.
이 책에서는 국내외 ESG 거버넌스 우수 사례도 상세히 다루었다. 사례는 제조업 기반의 공급망이 많은 국내 여건을 고려해 의류/식품, IT, 자동차 업종을 다루었다. 이중에서 파타고니아는 이사회와 경영진이 환경 이슈를 의사결정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 구글은 이사회 내에 ESG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해 글로벌 수준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추진, 감독하고 있다. 한국 기업으로 풀무원은 다양성과 독립성이 확보된 이사회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돋보이고, 현대모비스는 모든 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정성·책임성을 강화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및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실제로 작성해야 하는 실무자를 위한 구체적 지침도 제공한다. 거버넌스 관련 법규와 규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회사의 내부 규정 및 규범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회사 정책이 현행 규정을 얼마나 충실하게 준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디지털 제품 여권(DDP) 등 글로벌 규제 동향과 ESG 정보공개 지표를 부록으로 실어 실무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 책은 2023년 중앙대학교 ESG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함께 수료한 ESG 전문가·실무자 9인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실무에 도움 되는 이론 분석과 실제 기업 사례, 보고서 작성 등 실전 전략까지 독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이론-사례-실천으로 구성됐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실무자가 보고서 작성 팁, 조직 내 자가진단 방법 등 구체적인 실행 전략도 제시한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