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공약 ‘한국판 IRA’ 빠진 세제 개편안[재계팀의 비즈워치]

7 hours ago 3

후보 시절 “반도체 생산세액 공제”
새정부, 제조장비 감면 연장 그쳐
업계 “맨몸으로 전쟁에 나설 판”

올해 세제 개편안에서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국내 생산 촉진 세제가 빠지면서 반도체 업계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올 4월 첫 일정으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반도체엔 최대 10%의 생산세액 공제를 적용해 반도체 기업에 힘을 싣겠다”며 내세운 대선 주요 공약이었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반도체는 격차가 생기면 따라잡기 어렵다”며 국가적 지원을 다짐했습니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심장입니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22%를 차지했습니다. 고려대 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한국의 경기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산업이 바로 반도체 산업입니다. 연구소는 “반도체 산업은 2000년 이후 우리 경제 성장의 견인차”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내놓은 첫 세제 개편안에서 반도체 지원책은 제조장비·원재료 관세 감면 기간을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세수 부족과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 등 통상 마찰 가능성을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 한국판 IRA를 제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주요국은 세계 반도체 패권을 놓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IRA에 이어 트럼프 정부 들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을 시행해 내년부터 반도체 설비 투자세액 공제를 25%에서 35%로 상향합니다. 미국보다 먼저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선 중국은 ‘제조 2025’를 내세워 제조설비 보조금과 연구개발 세제 혜택을 대규모로 지원합니다. 중국 CXMT는 이에 힘입어 신형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양산에 돌입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경쟁국들이 갑옷을 입고 미사일을 쏘는 전쟁터에서 우리는 맨몸에 고무총을 든 상황”이라고 토로합니다. 고려대 경제연구소는 “반도체 시장은 작은 기술 격차가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승자 독식으로 흐른다”고 경고했습니다. 세계가 총성 없는 반도체 전쟁을 벌이는 지금, 단 한 번의 망설임이 돌이킬 수 없는 기술 격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즈워치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고양이 눈

    고양이 눈

  • 한규섭 칼럼

    한규섭 칼럼

  • 청계천 옆 사진관

    청계천 옆 사진관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