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G7서 다자외교 데뷔…트럼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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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G7서 다자외교 데뷔…트럼프 만난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州)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약 반년 만에 한국 정상이 다자 외교무대에 복귀하는 의미가 있다.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정상과 양자 정상외교를 재개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이 대통령이 풀어야 할 외교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우려도 많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자칫 잘못된 방향을 선택하면 그 후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8일 “한국이 국제사회의 공동 관심사를 함께 논의하고 의견을 개진하며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이 대통령이 취임 후 10여 일 만에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정상과 대면하는 기회를 잡은 것은 다행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G7 정상회의 현장에서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별도로 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밤 첫 전화 통화에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의견을 나눴고, 이 대통령은 공식 방미(訪美) 요청을 받았다.

G7 정상회의는 이 대통령이 그간 강조해 온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첫 시험대가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대통령이 구상해 온 실용외교가 어떤 모습으로 국제 외교무대에서 나타날지 초미의 관심사다. 이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전제로 하면서 중국, 러시아 등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과는 과거사는 과거사 문제대로 해결하고, 경제·문화 분야에서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해 왔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무대가 G7 정상회의”라며 “G7을 한국과 호주를 포함한 G9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사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李, G7서 다자외교 데뷔…트럼프 만난다

미·중 갈등 속 균형점 찾는 李…'對中 압박' 동참 요구 받을 수도
반년 멈춘 정상외교 '재시동'…한·미 개별 정상회담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이 데뷔하는 다자 외교무대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방 주요국이 주축이 된 회의체다. G7 국가들은 지금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만 군사 위협 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을 근간으로 중국·러시아와도 실용 외교를 펴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이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시험할 첫 무대가 열린 셈이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美·中 사이서 ‘선택’ 요구 받나

8일 외교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자유주의 진영인 미국 및 서방 국가들로부터 ‘대중(對中) 압박 단일대오’ 동참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명의로 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익명의 백악관 당국자 명의로 낸 논평을 통해서는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를 언급했다. 동맹국인 한국의 대통령 당선 메시지에 중국을 언급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새 정부를 향해 대놓고 ‘중국 편에 서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놨다. 이들은 중국이 대만 인근 해협에서 군사 훈련을 하는 데 대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무력이나 강압 등 일방적 행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 때 “대만 애들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무슨 상관이냐”며 “그냥 우리만 잘 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번 대선 때도 자신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된 데 대해 “제가 틀린 말을 했냐”고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강성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이재명 정부=친중·반미’ 인식을 이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실용외교 노선의 취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한미 동맹이 협력의 근간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함께 갈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노력이 중국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건 아니다”고 했다. 윤 이사장은 “미국과의 동맹 강화와 별개로 중국과의 관계는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미 관세 논의 속도 붙을 듯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계기로 관세 협상과 주한미군 방위비 및 역할 조정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밤 첫 전화통화에서 양국이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도록 노력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를 위해 실무 협상에서 ‘가시적 결과’를 얻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을 대상으로 다음달 8일까지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한다고 밝힌 만큼 두 정상 간의 만남을 계기로 관세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논의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김태형 숭실대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장)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관세 협상을 풀어가기 위한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 문제와 연계해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는 데 한정하지 않고 중국의 대만 위협 등 아태 지역 전반으로 확대시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외교가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과 방위비 분담 문제를 묶어서 ‘패키지’로 묶어 얘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피해갈 수 없고, 조선·원전 등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분야를 내세워 유연하게 협상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재영/이현일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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