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씨의 측근은 2022년 김 여사가 전 씨에게 “남편이 대선에 나가니까 도와달라”고 제안했고, 이를 전 씨가 수락해 캠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전 씨가 언제부터 김 여사와 알고 지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두 사람이 꽤 친분이 있었던 정황은 여럿 있다. 전 씨는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이라고 적힌 명함을 갖고 있었고, 2015년 이 업체가 주관한 전시회 VIP 개막 행사에도 참석했다. 김 여사와의 관계를 발판 삼아 전 씨가 캠프에서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다.
▷윤 전 대통령 당선 뒤 전 씨는 통일교 고위 간부 윤모 씨로부터 ‘김 여사에게 전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받았다고 한다. 전 씨와 김 여사가 가까운 사이라는 얘기가 퍼졌기 때문에 윤 씨가 접근했을 터다. 윤 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따로 만났다’고 주장했고, 이를 토대로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추진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돌이켜보면 김 여사가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도사들하고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 녹음파일이 공개된 적이 있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도 “약간 영적인 끼”가 있다고 평했다. 이런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성향 때문인지 무속인들과 관련된 게이트급 비리 의혹이 잇따랐다. 그중 한 명이 ‘지리산 도사’ 명태균 씨다. 명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등을 부탁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는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진상 규명을 위해선 김 여사 출석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이런 가운데 김 여사와 관련된 또 하나의 사건인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도 재수사가 이뤄지게 됐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 처분한 것에 대한 항고를 서울고검이 25일 받아들인 것이다. 검찰이 수사를 질질 끌다가 김 여사를 ‘출장 조사’할 때부터 공정성이 의심받았던 사건이다. 김 여사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던 공범들이 말을 바꾸면 김 여사 재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 내내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이 여기저기서 불거졌지만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일 때는 묻힐 듯했던 일들도 결국엔 드러나는 게 세상 이치다. 김 여사도 예외일 수 없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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