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빠르게 갈 수도” 韓 “안 서둘 것”… 美 조바심에 말리지 말아야

23 hours ago 3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한국과 미국이 상호·품목 관세의 조정과 경제안보·투자협력·환율 등 사안들을 묶은 ‘7월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이 목표 시한으로 정한 7월 8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제품에 부과한 25% 관세의 유예가 종료되는 날이다. 한국은 6월 3일 대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이 패키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차기 대통령 몫이 될 전망이다.

24일 워싱턴에서 한미 재무장관, 무역통상 장관이 만난 ‘2+2 통상협의’가 끝난 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한국이 ‘최선의 제안’을 가져왔다. 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협의를 서두르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의를 위한 인식을 공유한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협상 속도를 놓고 양국 간 온도 차가 큰 이유는 처한 상황이 워낙 달라서다. 트럼프 정부는 동맹국인 한국과의 협상을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조속히 타결해 ‘시범 케이스’로 삼고 싶어 한다. 반면 한국 정부는 대통령이 파면되고, 대선을 앞둔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조바심 때문에 타결을 서둘렀다가 너무 양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미국의 일방적인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는 보폭 조절이 더욱 중요해졌다. 조선업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국내에 이견이 적은 사안부터 협의해 자동차·철강을 비롯한 한국산 제품의 관세 면제, 최소화를 끌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소고기 등 농축산물 수입 규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등 민감하고 재정 부담이 큰 문제는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 이번 의제엔 빠졌지만 미국이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방위비 분담 논의도 대비해야 한다.

다만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더 과격한 미국의 요구를 자초해 덤터기 쓰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절대 양보해선 안 될 내용, 더 큰 이익을 위해선 포기할 수도 있는 조건이 뭔지 경제계, 정치권의 의견을 파악해 미국 측과 차분하게 협의한 뒤 6월에 들어설 차기 정부에 바통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국익의 총량’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정권, 민관의 경계를 뛰어넘는 지혜와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설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횡설수설

  • e글e글

  • 오늘의 운세

    오늘의 운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