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이 출연하는 버라이어티쇼 이만갑은 시작부터 국내외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목숨 건 탈북 과정을 들으며 울고, 노래와 춤 북한 요리 솜씨 자랑에 웃고, 좌충우돌 남한 정착기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일본 NHK와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녹화 현장을 취재하며 “재기발랄한 젊은 여성들이 용기 내어 자기 이야기를 전하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출연한 탈북민은 1000여 명. 방송이 뜨자 출연자들도 테드 강연과 국제 인권 운동을 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만갑 출연자들은 체제 선전에 가려져 있던 북한의 실상을 생생히 전달한다. 약이 귀한 북한에선 감기에 걸리거나 작은 부스럼만 생겨도 ‘빙두’를 찾을 정도로 마약이 널리 퍼져 있다거나, 북한엔 머리 좋은 ‘자연 수재’와 부모 잘 만난 ‘인공 수재’가 있는데 인공 수재들은 입주 과외까지 받는다거나, ‘북한에서 검사 3년 하면 집이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법 일꾼’ 인기가 좋다거나, ‘성도파’ 같은 반정부 청년 단체가 있다는 증언은 다른 곳에선 듣기 힘든 얘기다. 공개 재판 장면 같은 희귀 영상을 입수해 공개할 때도 있다.
▷북한 사람들도 이만갑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통제 사회인 북한에선 다른 지역 소식은 모르는데 몰래 입수한 이만갑 영상을 보며 내부 실상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만갑을 보고 탈북을 결심하거나, 탈북 전 한국 정착 ‘예습’을 위해 이만갑을 챙겨 봤다는 이들도 있다. 북한에서 꽃제비로 살다 탈북해 연 매출 100억 원대 식품회사 사장이 되고, 치과 의사로 펀드매니저로 성공한 출연자들을 보며 탈북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됐다는 이들도 있다.▷남북으로 떨어져 산 세월이 너무 길어 얘깃거리가 쌓여서일까. 제작진은 처음엔 소재 고갈로 100회까지 갈 줄 몰랐다고 했는데 700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 요즘은 엘리트 탈북민과 북한 전문가들이 출연해 북한의 역사 정치 외교 이슈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북한 정보 쇼로 발전했다. 이만갑의 출연자들과 제작진은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가는 세상이 돼 프로 제목이 ‘이제 만나러 왔어요’로 바뀌는 게 꿈이다. 그런 날이 머지않아 오게 되길 바란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