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임기 내내 나라는 ‘영부인 리스크’로 시끄러웠다. 취임 초기부터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후원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관저 공사를 맡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양평 고속도로 노선 특혜 변경 의혹으로 ‘김 여사 특검법’이 네 차례나 발의됐고, 국회 통과와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며 정국은 얼어붙었다. “뭐 쪼그만 백”이라던 디올백 수수 의혹은 지난해 4월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이었다.
▷‘진짜 권력’인 김 여사를 보호하려다 국가 기관은 참담하게 망가졌다. 감사원은 관저 공사 의혹에 대해 위법은 맞지만 누가 선정했는지는 모른다는 ‘맹탕 감사’를 했다. 국토교통부는 감사 시늉만 하고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은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직자 배우자는 처벌할 수 없다며 ‘디올백 면죄부’를 줬고, 검찰은 김 여사의 도이치 사건 연루 의혹을 뭉개더니 4년이 지나 ‘알현 조사’를 했다.
▷공적 권한이 없는 영부인의 국정, 공천 개입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라인’이 장악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김 여사 전화를 직접 받았다는 공직자가 수두룩하다. 지난해 9월에는 ‘명태균 게이트’가 터졌다. 김 여사가 2022년 재보선, 2024년 총선 때 공천에 개입한 정황을 보여 주는 통화 녹취와 메시지가 공개된 것이다. 김 여사가 “아니 오빠, 명 선생 그거 처리 안 했어”라고 윤 전 대통령에게 따져 묻고 “김영선 (공천) 걱정 말라고, 자기 선물”이라고 했다는 것이 명 씨의 전언이었다.▷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은 명 씨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날이다. 국정, 공천 개입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황금폰’ 폭로를 막기 위해 비상계엄을 실행한 건 아닌지 하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헌정사 두 번째 대통령 탄핵은 따지고 보면 아내를 유독 사랑했든지, 외로운 처지의 남편을 돕고 싶었든지 간에 선출되지 않은 영부인이 권력을 공유했다 벌어진 일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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