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뿐 아니다. 커피, 빵·케이크, 라면, 만두, 햄버거, 아이스크림, 맥주 등 서민들이 매일 먹고 마시는 식품과 외식비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가격을 올린 식품·외식업체만 40여 곳. 달러 강세 등에 따른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을 명분으로 가격표를 바꿔 달고 있다. 지난해 10월 1.3%까지 떨어졌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 2.1%로 석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였다. 가공식품 물가는 3.6% 올랐다.
앞으로 물가 상승을 자극할 요인도 수두룩하다. 지난달 경남·경북을 강타한 산불은 과수원, 논밭을 집어삼켰고 해당 지역 농산물 피해가 컸다. 특히 사과 농가의 경우 전체 재배 면적의 9%가량이 산불 피해를 신고했다. 사과, 양배추, 양파, 마늘과 국내 소고기 가격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
미국발 상호관세도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최악’이라는 평가대로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중 가장 높은 25% 관세를 내야 한다.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관세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환율이 상승한다면 수입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당장 물가 상승률이 2%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 생활물가 상승률은 2.4%로 전체 소비자 물가를 훨씬 웃돌고 있다. 고물가는 여유가 없는 서민들의 삶부터 팍팍하게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111일간의 탄핵 정국의 여파인지 정부 안팎에서 물가를 둘러싼 엄중한 긴장감이나 위기의식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시장에서는 과거 같았으면 정부 눈치를 봐서 몸을 사리고 또 사렸을 식음료, 외식업체들이 리더십 공백기를 틈타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경제 정책은 타이밍이다. 시기를 놓치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최근 3개월 새 폐업한 자영업자가 27만 명에 이른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통하는 카드사 현금서비스는 이용액이 3년 만의 최대치로 불었다. 연체율은 3%대로 치솟았다. 물가 상승과 서민경제의 위기 상황을 알리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로 탄핵 관련 불확실성이 일단락됐지만 조기 대선이라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모든 부처가 힘을 합쳐 물가 등 서민경제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전환기 정부 경제팀의 최우선 임무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세전쟁으로 세계 경제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을 핑계로 서민경제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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