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사 혼선으로 사회 갈등 커져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은 다르지만 헌재가 12·3 비상계엄 선포, 국회 군경 투입 등 5대 사유를 모두 중대한 위헌·위법으로 판단한 만큼 공수처 내부엔 “대통령을 체포한 우리도 공이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날 공수처엔 연가 권고 공고가 내려진 상태였다. 공수처 관계자는 “내란죄 수사하면서 비판도 많이 받고 한계도 느꼈다”고 자조했다. 윤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수사기관들이 혼선을 빚으며 사회 혼란을 증폭시켰다는 비판이 컸다. 국회에선 공수처폐지법안까지 발의됐다. 지금까지도 공수처 분위기가 침체된 이유다.
계엄 사태 초기 검경과 공수처는 수사 주도권 경쟁을 벌였고 ‘내란죄 수사 권한은 어느 기관에 있냐’는 논란이 커졌다. 법적으로 명시적인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에 있지만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하겠다며 검경에 이첩을 요청했다. 검경이 사건을 공수처에 넘겼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 수사권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탄핵 관련 시위가 거세지기 시작했다.‘법원 쇼핑’ 논란은 기름을 부었다. 공수처법 31조상 공수처 공소 제기 1심 재판은 중앙지법 관할로 한다. 공수처는 예외조항 중 증거 소재지(한남동 대통령 관저) 등을 이유로 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중앙지법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영장 발부 당시 검찰의 내란죄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자 의도적으로 법원을 골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절차적 하자를 주장했고 탄핵 반대 지지자 수백 명이 서부지법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공수처는 1월 3일 윤 전 대통령 체포에 실패하자 이틀 뒤 사전협의 없이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한다’는 공문을 경찰에 보냈다. ‘영장은 검사 지휘로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는 형사소송법 81조를 준용했다는 게 공수처의 설명이었다. 경찰은 “공수처는 경찰을 지휘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공수처로부터 사건이 송부된 후 검찰은 1월 24일 중앙지법에 윤 전 대통령 구속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공수처 수사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공수처법에 명시되지 않았다”며 불허했다.
혼란 키운 형사사법 체계 개선해야
윤 전 대통령은 파면 10일 만인 14일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내란죄 수사권, 각종 증거들의 증거능력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형사재판과 함께 탄핵 찬반이 극렬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오히려 갈등을 키운 원인도 되짚어 봐야 한다. 1차적으로 수사기관들의 책임이 크다. 불필요한 경쟁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수사 역량에도 문제가 있었다. 다만 수사기관 탓으로만 책임을 돌리기보단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 유사한 혼란의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의 직접 수사권 축소, 공수처 출범,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검찰 수사 범위 원상 복구까지 형사사법 체계가 졸속 개편된 것이 근원적 문제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공수처법 2조를 보면 수사 가능한 고위공직자 1순위로 대통령이 적시돼 있다. 그런데 불소추특권이 있는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는 내란죄는 공수처 수사 범죄에 빠져 있다. 공수처 수사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 수사 여부도 명확하지 않은 등 입법 미비가 적지 않다. 헌재 선고로 계엄·탄핵 정국의 큰 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내란죄 형사재판과 형사사법 체계 개선이란 숙제는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다.김윤종 사회부장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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