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파면… 법치와 민주주의 상식의 확인이다

12 hours ago 2

“민주공화정 안정성에 危害 심각”
헌정 회복 넘어 정치 복원해야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 걸려있던 봉황기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의해 내려지고 있다. 2025.4.4.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 걸려있던 봉황기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의해 내려지고 있다. 2025.4.4.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피청구인의 행위는 법치국가 원리와 민주국가 원리의 기본 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헌법 질서를 침해하고 민주 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

헌법재판소가 4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했다. 헌재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군경의 국회 투입 등 일련의 조치에 대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45년 전 군사독재 시절 쿠데타의 악몽을 21세기 대한민국에 현실로 불러온 비상계엄 사태 이후 넉 달간이나 이어진 우리 정치의 불확실성과 혼란에 일단 마침표를 찍게 됐다.

헌재의 결론은 분명했다. 우리 국민이 모두 알고 있는 상식과 가치를 거듭 확인시켜 줬다. 그것은 아무리 국가원수이자 최고지도자라도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헌법과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권한의 남용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이치였다. 하지만 지난 넉 달은 그런 자명한 원칙조차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인식 혼란과 가치 전도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만큼 헌재 재판관 8인의 일치된 결론이 무겁고 의미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그간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며 그 헌법적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도 대통령만이 판단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헌재는 그 모든 주장을 배척했다. 국가긴급권도 헌법이 정한 한계를 뛰어넘어선 안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헌재는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열거하며 “이번에 그 남용이 낳은 국내외적 파장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시했다.

헌재 판단의 중심에는 무장한 군대를 동원한 헌법기관 유린 행위가 있었다. 헌재는 계엄 실행 과정에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경을 투입하고 정치인·법조인을 체포하려 한 점을 모두 인정하며 국회 의결권을 방해하고 군의 중립성,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경고성 계엄’ ‘호소성 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완전히 배척한 것이다.

헌재는 이를 통해 정치적 반대를 물리치기 위한 군대 동원, 즉 집권자가 권력의 연장 또는 확대를 위해 헌법기관을 짓밟는 친위쿠데타(self-coup)에 대해 엄정한 심판을 내렸다. 과거 우리 정치사를 얼룩지게 했던 군부의 성공한 쿠데타에 대한 단죄는 상당한 세월이 흐른 뒤 이뤄진 사후적 심판이었다. 하지만 이번 친위쿠데타에 대해선 국회의 무효화와 대통령 탄핵, 헌재의 심리를 통해 질서 있는 시정과 심판이 이뤄졌다.

그것은 우리 민주화의 역사가 만들어낸 헌법 질서, 나아가 축적된 국민 의식이 낳은 결과일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수많은 이들의 헌신과 희생, 고통과 선혈 위에 세워졌다. 이제 숨 쉬는 공기처럼 당연해진 그 민주주의의 역사를 일순간에 반세기 전 과거로 끌고 간 망동은 위헌·위법할 뿐 아니라 반역사적인 행위였다는 판정을 받았다. 헌재도 국회의 신속한 계엄 해제 결의에 대해 “시민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 덕분”이라고 평가했다.한국 민주주의는 이렇게 또 한고비를 넘겼다. 대통령 파면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대통령의 임기 중 파면은 개인의 불행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깊은 내상을 입혔다. 이제는 회복과 치유의 시간이다. 헌재 결정은 그 시작일 뿐이다. 견고할 거라고 믿었던 민주주의 체제가 대통령과 몇 안 되는 측근들에 의해 그렇게 쉽게 훼손될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더욱 튼튼한 견제와 감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대통령 파면은 대화와 타협의 대상인 국회와 야당을 배제의 대상으로 삼은 독선과 독단의 리더십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것이지만 그것이 야당의 승리를 의미하진 않는다. 헌재는 대통령과 국회 간 대립을 일방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며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했다. 탄핵 절차를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삼아 온 야당에 대한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우리 헌법은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 민주주의적 조화를 위한 권력 분립 원칙을 채택했다. 헌재는 위헌적 권한을 행사한 독단의 리더를 파면함으로써 우리 정치권에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헌법적 명령을 전했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6월 초에 열린다. 이제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수행할 새로운 통합의 리더를 뽑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야 하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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