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6월 대기업대출 5조 급증
회사채금리 반년새 1%P 오르자
은행대출이 조달비용 더 낮아져
대기업 6개월만에 20조 늘때
중기대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
대기업들이 자금 조달창구를 회사채 발행에서 은행 대출로 바꾸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6개월 만에 1%포인트 오르면서 조달비용이 커지자 다시 은행 문을 두드리는 대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은행도 신용도가 좋고 연체 가능성이 낮은 대기업에 우대 금리를 제시하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회사채(무보증 3년) AA- 금리는 4.466%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말 3.476%와 비교하면 6개월 만에 0.99%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채 금리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작년 10월 금리는 3%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올 들어 증시에 대규모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개인투자자들 돈이 채권 시장을 떠났고, 회사채 금리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여기에 최근 제이알글로벌리츠와 중앙그룹 기업회생 신청 등 채권 시장 경색을 부추기는 이벤트들까지 발생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이에 지난 6월 11일에는 금리가 4.515%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처럼 회사채 금리가 치솟자 신용도가 좋은 대기업들은 은행 대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기업 여신 취급이 많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1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 6월 말 기준 190조3641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달의 경우 직전 달인 5월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4조9285억원이 증가했다. 연말과 비교하면 6개월 사이 대기업대출은 20조원이 넘게 늘었다.
5대 은행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AA 수준인 대기업에는 3%대 후반에서 4%대 초반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작년 6월에는 대기업대출 잔액이 한 달 만에 5조7669억원 줄어들 정도로 대출보다는 회사채 발행 쪽에 쏠림이 있었지만, 올해는 완전히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은행권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지속되자 기업대출을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는 모습이다. 특히 연체율이 0.1%를 밑돌고 있는 대기업대출은 시중은행들에 가장 안전한 대출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호황 속에서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회사채 시장이 경색되면서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대기업 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대출은 정부의 전방위적 생산적·포용금융 압박 속에서도 쉽사리 커지지 못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작년 말 중기대출 잔액은 674조4262억원이었는데, 올해 6월 말 682조7204억원으로 8조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잔액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대기업대출이 같은 기간 2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중기대출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수준이다.
지난 6월에는 전달에 비해 오히려 잔액이 감소하기까지 했다. 5월 684조4572억원이던 중기대출 잔액은 6월 말 1조7368억원이 줄었다. 중기대출 잔액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은 작년 1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은행들은 당국의 생산적·포용금융 기조에 중기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하면서도 높은 연체율 때문에 쉽게 확대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말 5대 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0.73%에 달했는데,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09%에 불과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정부 기조에 늘리기 어렵고 중기대출은 자본 부담이 크다"면서 "결국 확대에 특별한 제약이 없고 안전한 대기업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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