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홈플러스를 임차인으로 둔 부동산 자산의 소유주들은 홈플러스와의 협상력에서 ‘열위’에 놓여있다.
홈플러스와의 부동산 임대차계약이 해지되면 홈플러스가 내야 할 임대료가 ‘공익채권’이 아닌 ‘회생채권’으로 분류돼서 상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또한 홈플러스라는 대형 임차인이 나간 자리에 다른 임차인을 구해 넣기도 어렵다. 홈플러스가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면 임대인은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경우 임대수익률이 떨어지는 만큼 해당 점포의 매각가치도 하락하게 된다.
홈플러스 전경 (사진=홈플러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경우 그 임대료는 ‘회생채권’으로 분류돼서 상환 우선순위가 낮아지게 된다.
홈플러스 점포를 자산으로 담고 있는 부동산 펀드 또는 부동산 투자회사(리츠·REIT)로는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 △유경공모부동산투자신탁제3호 △제이알제24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 △케이비사당·평촌리테일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대한제2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등이 있다.
해당 펀드·리츠들은 홈플러스에서 임대료를 받아서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부동산 임대차계약의 경우, 임대인은 임대를 주고 임차인은 정기적으로 임대료를 납부하는 ‘쌍무계약’의 성격을 갖는다. 쌍무계약이란 계약 당사자가 서로 대가적 의미를 가지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말한다.
이 때 임차인(홈플러스)이 부동산 임대차계약에 대해 해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해당 임대료 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된다.
이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에서 채무동결이 되지 않는 채권을 말한다. 공익채권은 채무자가 언제든지 변제할 수 있고, 채권자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도 불구하고 추심과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반면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회생절차 진행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법률이 인정해 ‘공익채권’으로 분류한 채권 외에는 모두 지급이 금지되고 채권자의 추심활동도 금지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은 공익채권의 목록을 열거하고 있다.
홈플러스 ‘임대료 인하’ 요구시 임대인 ‘협상카드 부족’
문제는 채무자 홈플러스가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해지했을 경우다. 이로 인해 임대인이 입은 손해는 ‘회생채권’으로 넘어간다.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1항을 보면 관리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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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9조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
해당 조항에는 “쌍무계약에 관해 채무자와 그 상대방이 모두 회생절차 개시 당시에 아직 그 이행을 완료하지 않은 때에는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이 때 ‘관리인’이란 회생절차에서 채무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고 법원과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의 소통을 담당하는 핵심적 기관을 말한다.
법원이 기업회생 신청을 받아들여서 본격적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법원은 회생기업 ‘관리인’을 지정한다.
보통은 대표이사가 회생기업 관리인으로 지정된다. 대표이사가 아닌 제3자가 관리인이 되면 기업을 살리는데 간섭받는 일들이 많아지고, 법원도 관리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예컨대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가 관리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회생기업 관리인은 기업의 자산 현황을 평가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한다. 법원은 보고서를 보고 기업의 계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으며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관리인에게 회생계획안 제출명령을 내린다.
만약 관리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경우 임대인은 채무자회생법 제121조 제1항에 따라 회생채권자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때 회생채권은 ‘임대차계약 만기까지의 임대료 상당액 정도’가 된다.
공익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회생회사에 대한 채권은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회생채권 및 회생담보권은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이 작성하고 채권자들 동의를 받아 확정되는 회생계획안에 의하지 않고는 변제 등 채권소멸 행위를 할 수 없다. 공익채권에 비해 상환순위에서 밀린다는 뜻이다.
홈플러스가 임대차계약 해지권 행사 가능성을 압박하면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한다면 임대인은 다른 대안이 없을 경우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임대료채권 회수에 어려움이 생기는데다, 홈플러스라는 대형 임차인이 나간 자리에 다른 임차인을 구해 넣기도 쉽지 않아서다.
이 경우 홈플러스를 담고 있는 펀드·리츠는 임대료 하락으로 배당재원이 줄고 수익률이 떨어진다. 게다가 홈플러스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수익률로 가치를 평가하는 만큼 임대료가 낮아지면 자산가치도 하락하게 된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홈플러스 관리인이 임대차계약 해지권을 행사할 경우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홈플러스가 부동산 면적 대부분을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인 측 협상력이 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