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홈런 더비 챔피언이다!”
20년 전 촬영한 동영상에서 장난감 방망이를 들고 환호하던 9세 소년의 꿈이 현실이 됐다. 홈런 38개로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양대 리그 홈런 1위인 칼 롤리(29·시애틀)가 올스타전 홈런 더비 챔피언에 올랐다.
롤리는 15일 애틀랜타 안방구장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홈런 더비 결승에서 타구 18개를 담장 바깥으로 넘기면서 후니오르 카미네로(22·탬파베이·15개)를 3개 차이로 따돌렸다. 팀 주전 포수로 스위치 타자인 롤리는 역대 포수 1호이자 스위치 타자 1호 홈런 더비 우승 기록을 썼다.
2005년 집 뒷마당에서 땀에 흠뻑 젖은 아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캠코더에 담았던 토드 씨(56)가 이날 배팅볼 투수로 나서 롤리의 우승을 도왔다. 토드 씨는 미국 테네시대 감독 등을 지낸 야구인 출신이다. 포수 자리에도 막냇동생 토드 주니어 군(14)이 앉아 있었다. 롤리는 “아버지가 집에 오면 늘 마당에 나가 ‘공을 던져 달라’고 하면서 야구를 처음 시작했다. 아버지, 동생과 함께 우승해 정말 특별하다”고 말했다.홈런 더비에는 8명이 출전해 1라운드 상위 4명이 준결승에 오른다. 롤리는 1라운드 때 홈런 17개로 브렌트 루커(31·애슬레틱스)와 공동 4위를 했다. 이때는 최장 비거리를 기준으로 4강 진출자를 가린다. 롤리가 제일 멀리 날린 타구는 비거리 141.44m로 루커(143.41m)를 3cm 차이로 제쳤다. 롤리는 준결승에서 홈런 19개를 날려 오네일 크루스(26·피츠버그·13개)를 따돌린 뒤 결국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롤리가 정규시즌 전반기에 친 38홈런은 아메리칸리그(AL) 전반기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이다. MLB 역사상 전반기에 이보다 홈런을 많이 친 타자는 2001년 배리 본즈(61·당시 샌프란시스코·39개)뿐이다. 본즈는 그해 73홈런을 기록했다.
롤리는 이날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 선발 소식을 전하며 “뽑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좋은 추억과 금메달을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집 뒷마당에서 시작된 야구 소년의 작은 꿈은 이제 세계 챔피언을 향하고 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