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포모에 덜컥 매수했나…"시장 뜨거울수록 차갑게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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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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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높은 수익률을 코스피에서, 그것도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10월 말 기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수가 4000선을 넘어 5000을 바라볼 것이라는 기대 속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변동성이 높아지는 때일수록 투자자라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나의 투자에 감정이 개입돼 있지는 않은가.

인간은 이성적 존재지만 동시에 감정의 영향 아래 놓여 있는 존재다. 우리의 일상은 기쁨과 슬픔, 분노와 두려움, 혐오, 놀람, 질투, 수치와 같은 다양한 감정으로 채워져 있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감정은 생존을 위해 외부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드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두려움은 위험을 피하도록 자극하고, 기쁨은 유익한 행동을 반복하게 만든다. 즉 인간은 감정이 먼저 반응하고, 그 뒤에 이성이 그 반응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즉각적 감정 반응이 현실 세계에서는 생존에 도움이 되지만, 투자 세계에서는 오히려 기대와 정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하락할 때 투자자는 손실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성급히 매도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되돌아보면 그 시점은 매도가 아니라 매수 기회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다. 감정에 휘둘린 투자 결정은 흔히 후회를 부르고, 손실이 발생할 경우 실망과 분노, 수치심을 경험한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늘날 투자자는 감정적 동요에 더욱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 과거보다 훨씬 더 자주, 더 밀도 있게 다른 투자자들의 행동과 성과를 접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온라인에서는 사회관계망(SNS)과 커뮤니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익 인증과 투자 성공담을 보고 듣는다. 비교의 강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예전에는 몇 사람의 이야기만 들었다면, 지금은 수백, 수천 명의 성과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 결과 FOMO(Fear of Missing Out), 즉 ‘나만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강하게 자극되고, 이는 성급한 매수로 이어진다.

투자자의 감정과 비교심리가 자산 버블 형성과 연관된다는 연구도 있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피터 드마르조, 일란 크레머 등의 연구진은 2008년 ‘상대적 부와 버블’에 대한 연구를 통해 버블이 개인의 탐욕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 욕구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밝혔다. 사람들은 절대적 부보다 ‘집단 내의 상대적 위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비슷한 사람들이 수익을 얻고 있을 때 혼자 뒤처지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어떤 자산이 이미 고평가됐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자신과 비슷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사는 자산을 따라 사게 되는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 과정에서 감정을 어떻게 절제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자신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외과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아툴 가완디는 저서 <체크! 체크리스트>에서 전문 투자자들이 체크리스트를 도입함으로써 심리적 편향을 줄이고 의사결정 실패를 줄인 사례를 소개한다. 투자상품을 왜 사고, 왜 파는지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충동적 판단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감정 통제가 어렵다면 신뢰도가 높은 금융회사에서 운용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거나, 한발 더 나아가 인공지능(AI)에 자산운용을 위임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때론 뜨거워지는 가슴을 이성으로 식히는, 차가운 투자법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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