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당시 중국과 관계 악화
트럼프는 제약 수입품에 100% 관세
무역 다변화 시도로 20개국과 협정
중동 전쟁 국면서 ‘자원 강국’ 강점 부각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호주가 역설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챔피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최근 호주 소매점에서는 영국산 ‘퍼시 피그(Percy Pig)’ 사탕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발효된 영국-호주 FTA 덕분에 영국산 제과류 수입 문턱이 낮아진 결과다.
실제 양국 간 교역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2025년 6월 기준 연간 교역액은 전년 대비 약 14% 증가한 28억 파운드(약 5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호주산 소고기에 붙던 12%의 관세와 영국산 비스킷의 5% 관세가 사라지면서 양국 경제 밀착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호주는 영국 외에도 2020년 이후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홍콩, 페루와 협정을 마무리했다. 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태평양지역경제협력협정(PACER Plus)에도 가입했다. 지난해엔 약 8년간의 협의 끝에 유럽연합(EU)와 무역 협정도 마무리했다. 호주는 1983년 뉴질랜드와 첫 FTA를 맺은 후 현재 20개국과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시드니 소재 미국학 연구소의 존 쿤켈 수석 연구원은 EU와의 협정이 호주의 ‘무역 협정 질주’의 대미를 장식하는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모든 국가가 보호무역주의로 기울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상징적 신호”라고 말했다.
호주가 이처럼 ‘FTA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엔 전통적 우방이었던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고압적인 태도가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중국은 지난 2020년 호주가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자 와인, 석탄, 보리 등에 보복 관세를 매기며 경제 보복을 가했다. 호주는 이에 굴복하는 대신 한국, 일본 등으로 판로를 돌리는 ‘시장 다변화’로 맞섰다. 최근 호주가 중국과 관계 회복세를 보이며 2024~2025년 대중 교역액이 3090억 호주달러(약 326조원)로 반등했지만,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호주의 의지는 더 확고해지고 있다.
미국발(發) 리스크도 현실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호주에 10% 일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최근엔 호주 제약 부문에 100% 관세를 매기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EU와의 무역 협상 타결은 이런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이로써 호주는 20개국에 달하는 방대한 자유무역 네트워크를 완성했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쇼크 상황에서 호주의 무역 네트워크는 강력한 ‘국가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천연가스 대국인 호주는 에너지 위기 상황을 지렛대 삼아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과 정제유 공급망 확보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최근 연설에서 “호주의 광물과 가스, 농산물 수출 역량은 국제 협상에서 결정적 우위를 점하게 해준다”며 “자유무역은 여전히 유효한 국가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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