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사진 몰래 찍어 SNS에 올려
외모 콤플렉스·가정형편까지 공격
학생들 급식실 피하고 점심까지 걸러
미국 학교에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친구들의 식사 모습을 몰래 촬영해 온라인에 올리는 이른바 ‘런치 셰이밍(Lunch Shaming·점심 수치심 주기)’이 새로운 학교폭력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이 사진 공개를 두려워해 급식실을 피하거나 아예 점심을 거르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학교에서 최근 확산하는 런치 셰이밍은 주로 학생이 음식을 먹는 어색한 순간이나 혼자 식사하는 모습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고등학생 크리스천 오카포르는 자신이 이런 사진의 대상이 된 적이 30~40차례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사할 때 위축되고 숨어서 먹고 싶어진다”며 “결국 학교 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찾아 점심을 먹게 됐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급식실이 원래 학교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공간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버지니아대 캐서린 브래드쇼 교수 연구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장소를 묻는 질문에 초등학생 14%, 중·고등학생 18%가 급식실을 꼽았다.
특히 런치 셰이밍은 단순한 놀림을 넘어 학생들의 외모 콤플렉스, 체형 고민, 음식 알레르기, 가정 형편 등 민감한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덴마크 유니버시티칼리지 코펜하겐의 사회심리학자 스티네 카플란 요르겐센 교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은밀한 괴롭힘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오하이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여학생이 칠면조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이 몰래 촬영돼 학교 졸업 예정자용 스냅챗 계정에 게시된 뒤 급식실 이용을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해당 학생은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식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 일부 교육구는 휴대전화 사용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워싱턴주 애버딘 교육구는 수년 전 수업 시간뿐 아니라 점심시간을 포함한 전면 휴대전화 금지 정책을 도입했다. 이후 중학생들의 학교 급식 이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구 관계자는 “학생들이 사진이 찍힐 걱정 없이 식사할 수 있게 되면서 급식을 먹는 학생 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휴대전화 금지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학생들은 점심시간 사진 대신 운전이 서툰 학생들의 모습을 촬영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는 등 괴롭힘의 대상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학교폭력의 형태를 더욱 은밀하고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기술적 규제뿐 아니라 학생들의 디지털 윤리 교육과 학교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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