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휴전 9일 전 전사자 철모-수통… 훈련 중 대대장이 발견해 유해 발굴
K-방산 대표 ‘K9 자주포’ 철 재활용… 보훈부, 미귀환 용사 상징 배지 제작
이재명 대통령 “특별한 보상하겠다”
70여 년 만에 귀환한 아버지를 맞이한 백발의 두 딸은 “생전에 아버지를 못 뵐 줄 알았는데 이제라도 모실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한 채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호국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은 호국보훈의 가치를 절감하게 한다.
휴전 9일 앞두고 전사한 호국영웅, 72년 만에 가족 품으로
고인의 신원은 고인의 딸과 여동생이 2012년 국유단에 제출한 유전자(DNA) 시료 덕분에 확인할 수 있었다. 국유단에 따르면 2004년 유해발굴 사업을 시작한 이후 신원을 확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국군 전사자는 고인을 포함해 총 256명이다.
하지만 아직 귀환하지 못한 국군 전사자가 12만여 명에 이른다. 군 관계자는 “목숨 바쳐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호국영웅들을 마지막 한 분까지 모시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들의 헌신이 영원히 기억되고 국민의 가슴속에서 항상 살아 숨 쉬도록 일상 속의 보훈 문화를 증진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국가보훈부가 6·25전쟁 75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121723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캠페인이 그 사례다. 미귀환 국군 전사자 12만1723명을 상징하는 태극기 모양의 배지를 제작해 6·25 기념식과 행사장에서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내용이다.이 배지는 K-방산의 대표 주자이자 세계적 명품 무기로 평가받는 K9자주포 철을 재활용해 제작됐다. 광운대 이종혁 교수와 학생들이 6·25 전사자를 모신 함에 도포된 태극기 형상을 본떠 디자인했다. 보훈부는 국유단과 한화 방산 3사, 네이버 해피빈, 한국보훈진흥회 등과 함께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끝까지 기억하는 국민, 끝까지 책임지는 국가’를 부제로 잡았다.“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을”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제70주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보훈은 희생과 헌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이자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책무”라며 “모두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고귀한 헌신 덕분에 우리는 빛을 되찾을 수 있었고, 그 숭고한 희생 덕분에 전쟁의 상흔을 딛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풍요와 번영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외침과 국난의 위기 때마다 몸을 던진 호국영웅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자 우리 장병들이 북한의 기습 도발에 맞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켜낸 제1·2연평해전이 벌어진 달이기도 하다. 우리 장병들의 헌신과 희생이 대한민국을 지탱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호국보훈의 가치가 국가의 정체성이자 존재 이유로까지 강조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 안전을 지키느라 땅과 바다, 하늘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장병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응원하는 것은 호국보훈의 출발점일 것이다.
국가에 헌신한 영웅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세대와 이념을 초월한 국민 통합의 근간이자 기폭제이기도 하다. 방산업계를 비롯한 많은 기업도 국가유공자와 애국지사들을 기리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최근 경남 사천 본사에서 6·25 참전용사 후손 30명(중·고·대학생 각 10명)에게 장학 증서 수여식을 진행했다. KAI 관계자는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 것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LIG넥스원은 지난달 26일 신익현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헌화 교체와 태극기 꽂기, 비석 닦기 등 묘역 정화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LIG넥스원은 방산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2004년 국립서울현충원과 ‘1사 1묘역’ 자매결연을 하고 비석 닦기와 헌화 교체 등 묘역 정화 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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