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이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IBK기업은행를 꺾고 정규리그 1위 탈환에 바짝 다가선 뒤 홈 관중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연경의, 김연경을 위한, 김연경에 의한 뜨거운 승부였다. 흥국생명이 11연승을 질주하며 2022~2023시즌 이후 2시즌만의 정규리그 1위 탈환에 바짝 다가섰다.
흥국생명은 2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6라운드 홈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1(25-14 18-25 25-20 25-21)로 꺾고 26승5패, 승점 76을 마크했다.
이제 흥국생명은 남은 5경기에서 승점 1만 보태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다. 2위 정관장(21승9패·승점 58)이 남은 6경기에서 전승을 거둬도 승점은 76에 그친다. 그 전에 정관장이 26일 GS칼텍스와 원정경기에서 풀세트 승리에 그쳐도 흥국생명의 우승이 확정된다.
환한 미소를 머금은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탈리아)은 “정관장이 GS칼텍스전에서 승점 1이라도 놓쳤으면 한다”고 조기 우승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은퇴 투어에 나선 흥국생명 에이스 김연경은 서브 에이스 2개를 곁들여 20점, 공격 성공률 53.13%로 불을 뿜었다. 외국인 주포 투트쿠도 20점을 뽑았다. 김연경이 직접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정윤주 역시 13점을 거들고, 아시아쿼터 미들블로커(센터) 피치는 2차례 결정적 블로킹과 함께 10점을 올렸다.
다만 쉽지만은 않은 승리였다. 사실상 봄배구 진출 가능성이 사라졌음에도 4위 IBK기업은행은 무기력하지 않았다. 양 팀 통틀어 최다인 31점을 뽑은 외국인 주포 빅토리아를 중심으로 흥국생명을 괴롭혔다.
그래서인지 흥국생명은 1세트를 쉽게 따낸 뒤 2세트를 맥없이 내주며 잠시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흥국생명의 ‘승리 DNA’가 꿈틀거렸다. 승부처였던 3세트에서 18-18까지는 팽팽했으나 김연경~정윤주~피치가 차례로 득점한 덕에 승기를 잡았다.
고비를 넘긴 뒤 맞은 4세트는 한결 수월하게 풀어갔다. 흥국생명이 13-12로 앞선 뒤로는 랠리가 사라졌다. 김연경의 오픈 공격과 후위 공격이 터져 21-16이 된 순간, 경기는 사실상 끝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언제나처럼 체육관은 뜨거웠다. 흥국생명 고유의 팀 컬러인 분홍빛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쏟아낸 엄청난 데시벨의 함성이 코트를 뒤덮었다. 특히 이날 입장한 6067명은 이번 시즌 최다 관중이다. 평소 인기 없는 구역인 시야방해석까지 완판됐다.
김연경과 흥국생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평일 경기까지 가득 메운 홈팬들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조촐한 선물을 마련했다. 커피차를 준비했다. 생일(1988년 2월 26일)을 하루 앞둔 김연경의 아이디어였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