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김문수·한동훈 후보 ‘2강’으로 압축된 가운데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잇달아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홍준표 후보가 2차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이후 원내 민심이 일단 ‘탄핵반대파’인 김 후보에게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한 후보 측은 시간이 지날수록 탄핵이 옳았다는 의견이 늘어날 것이고, 한 후보가 이들의 지지를 흡수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근본 가치에 대한 깊은 이해와 국정 운영 능력, 그리고 위기 극복 경험을 갖춘 지도자가 절실하다”며 김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강승규·김민전·이만희 의원 등 현역 의원 12명도 김 후보 지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홍준표 캠프에 있던 김대식·김위상·백종헌·유상범 의원도 이날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당 관계자는 “탄핵찬성파의 대표 주자인 한 후보와 탄핵반대파 중에서도 가장 강한 메시지를 낸 김 후보가 최종적으로 남은 상황에서 일단 원내 민심은 김 후보로 쏠리는 모습”이라며 “한 후보가 당 대표를 맡았을 당시 친윤계 의원들과 각을 세웠던 것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 캠프엔 홍종기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을 비롯한 일부 원외 인사가 합류했지만 원내에선 추가 지지 선언이 없었다.
당 일각에선 대선 뒤 당권 경쟁까지 염두에 두고 의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친윤계 입장에선 한 후보 득표율을 최대한 끌어내려야 향후 당권 경쟁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은 1~2차 경선에서 후보들의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3차 경선 득표율은 공개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후보가 3차 경선에서 많은 표를 받으면 향후 당권에 재도전할 수 있는 만큼 친윤계 의원들이 김 후보를 더욱 집중 사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후보 측도 이 같은 움직임을 견제하고 나섰다. 한 후보는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기득권, 당권을 지키는 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홍 후보를 지지하던 표심이 최종적으로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후보 측은 홍 후보가 탄핵반대파였던 만큼 전통적 보수 표심 상당수가 김 후보로 쏠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한 후보 캠프에선 쇄신을 바라는 표심이 결국 한 후보를 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