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TV 보고 계엄선포 알았다고 말 맞추자 요구”
30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에 대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서는 곽종근 전 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으로부터 확보해야 할 장소 6곳에 대해 지난해 10월 1일 처음 들은 게 맞냐”는 군검찰 질문에 “장소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는 12월 1일에 처음 받았다”면서도 “10월 1일 국군의날 행사 이후 대통령 주관 식사 때 반국가세력과 비상대권의 방법, 확보해야 할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대답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어떻게 특정했나’는 재판부 질문엔 “JTBC,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계와 한동훈 등 정치인, 민노총, 전교조 정도가 기억난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이 확보해야 할 장소라고 알려준 6곳은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과천청사·관악청사·수연 연수원, 여론조사 꽃’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곽 전 사령관은 ‘11월 9일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곽 전 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만찬에서 비상계엄 실행 시 각 부대 조치 사항을 사전 점검했고, 사령관들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할 수 있다고 인식했나’는 군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방첩사는 선관위로, 수방사는 국회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곽 전 사령관은 12월 3일 21시 45분경 김 전 사령관의 전화를 받고 당일 계엄선포 사실을 미리 인지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비상계엄 해제 이후 여 전 사령관이 증인에 전화해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엄 선포 사실 알았던 걸로 하고 비화폰 통화 내역을 지우자’고 했나”는 여 전 사령관 측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여 전 사령관이 사전에 말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는 뜻이다.
다만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를 대비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거나 실제 대비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비상계엄과 관련해 전방에서 상황이 발생해 (전시에) 선포되는 경우, 선포되지 않는 경우, 평시에 갑자기 선포되는 세 가지 경우의 수 중 첫 번째를 가장 염두하고 있었다”며 “평시 계엄이 불가능하다는 사령관들 사이의 인식 공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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