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러·UAE서 '엄지 척'…K중고차 인기 폭발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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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월간 중고차 수출금액이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 중고차를 사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현대차·기아, 러·UAE서 '엄지 척'…K중고차 인기 폭발한 까닭

27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이달 1~20일 한국의 중고 승용차 잠정 수출금액은 4억2600만달러(약 6130억원)를 나타냈다. 2024년 4월 같은 기간 대비 86.8% 늘어났다. 지난 2월(5억4800만달러)과 3월(6억300만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월간 최대 금액을 경신할 전망이다. 연간 중고차 수출금액도 2022년 이후 4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고차 수출 급증의 가장 큰 배경은 시리아의 전후 복구 수요다. 시리아는 작년 12월 내전 종식 선언 이후 가성비 좋은 자동차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등지에서 신차를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자 한국과 일본 중고차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신현도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 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시리아의 전후 복구 수요로 한국 중고차 수출산업이 전례 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러·UAE서 K중고차 인기 폭발…이달 수출 86% 급증
분석수출 4년 연속 최대 '청신호'…러시아 'K중고차 수입 큰손'

한국 중고차 수출금액이 올해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2022년 이후 4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시리아와 러시아 등 개발도상국 수요 증대, 국산 브랜드 인지도 개선, 환율 상승이 맞물려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1분기 수출 60% 급증

27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고 승용차(가솔린·디젤 합산) 수출금액은 14억9800만달러(약 2조1500억원)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9억2800만달러 대비로는 61% 급증했다. 이달 1~20일 잠정 수출금액도 4억2600만달러(약 6130억원)로 2024년 4월 같은 기간 대비 86.8% 증가했다. 승용차 수출금액이 전체 중고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93%다.

현대차·기아, 러·UAE서 '엄지 척'…K중고차 인기 폭발한 까닭

K중고차의 주요 수출 대상 지역은 러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이다. 수출금액이 가장 큰 나라는 러시아로 가솔린 승용차 기준 지난달 5460만달러어치, 전체의 13.4%에 해당하는 중고차가 팔렸다. 다음으로는 아랍에미리트(6.8%), 사우디아라비아(3.2%) 순으로 수출 규모가 컸다.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수출 증가분은 대부분 시리아의 전후 복구 수요로 중고차 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고차 경매사업자인 케이카의 임용환 오산경매사업팀장은 “작년 12월 시리아의 내전 종식 선언 이후 중동에 중고차를 수출하려는 바이어가 늘어 경매 시장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등지에서의 신차 수입이 막히며 한국의 주요 중고차 수출 시장으로 부상했다. 김천곤 산업연구원 연구부원장은 최근 중고차 수출 시장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경우 신차급 고가 중고 차량의 우회 수입이 늘어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높아진 현대차·기아 인지도

중고차 수출업계에선 국산 자동차 브랜드의 인지도 개선과 물류 비용 절감이 최근 수년간 중고차 수출 증대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청 통관 기준 승용·승합·화물차를 아우르는 국내 전체 중고차 수출금액은 2022년 28억100만달러로 10년 만에 사상 최대를 경신한 뒤 2023년 45억6100만달러, 지난해 48억4300만달러로 늘어났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분석 기관 아프토스타트에 따르면 작년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중고차 모델은 도요타 ‘캠리’, 기아 ‘스포티지’, 현대자동차 ‘크레타’ 순이다. KOTRA 상트페테르부르크 무역관은 “러시아 중고차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제품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신차 가격이 상승해 앞으로도 중고차 수출 증가세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해상 운송비 급락

컨테이너 해상 운송 비용 하락도 중고차 수출 활성화를 도왔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2년 초 5000 선을 웃돌았으나 올해 들어 1500 선 밑으로 떨어졌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중고차 수출은 2023년 기준 약 80%가 컨테이너에 차량을 적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현도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장은 “현대차·기아 인지도 상승과 환율 상승, 운송 비용 하락이 과거엔 폐차 대상인 중고차도 수출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은 중고차 수출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인프라 강화에 나서고 있다. 차량 운송 및 경매 사업자인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글로벌 중고차 수요가 지속 증가함에 따라 외국 바이어들과의 수출 거래가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며 “차량 매입부터 선적까지 중고차 수출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통합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렌탈 관계자도 “시리아 등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완화와 더불어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아랍에미리트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보유 렌터카 물량의 제3국 재수출 등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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