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객 수요가 향후 10년간 연평균 3.7%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이 핵심적인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데이브 슐트(Dave Schulte) 상용기 부문 지역 마케팅 총괄 디렉터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2025 상용기 시장 전망(CMO)’을 발표했다.
슐트 디렉터는 “한국의 여객 수요는 국내선 여객과 장거리 국제선 여객 교통량 증가로 향후 10년간 연평균 3.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경제 성장률을 웃도는 수치“라고 말했다.
보잉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한국 항공 시장 규모는 두 배로 성장했다. 항공사 취항 노선은 190개에서 350개로 거의 두 배 증가했다. 월간 운항 횟수는 2만4000회에서 5만5000회로, 월간 좌석 수는 500만석에서 1200만석으로 각각 두 배 이상 확대됐다. 2010년 이후 한국의 여객 수용력 증가는 아시아(중국 및 인도 제외)에서 베트남 다음으로 두 번째로 컸으며 주당 약 100만석이 늘어났다.
슐트 디렉터는 상업용 항공기의 수요는 높은 반면 공급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잉에 따르면 항공기 인도가 5% 감소한 반면 항공업계 교통량은 60% 증가해 현재 신규 항공기가 1500대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그는 “팬데믹 이후 항공기 인도 과정이 안정화되지 않았다”며 “2030년 초에서 2035년이 되면 공급과 수요가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슐트 디렉터는 “그동안 항공사들은 장기계획을 수립할 때 5~6년 정도를 고려했지만 이제는 10~15년을 바라봐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리스회사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거나 중고 항공기를 활용해 신규 항공기와 혼합 운용하는 방안, 항공기 수명 연장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보잉에게 있어 핵심적인 시장이다. 한국 항공사의 장거리 노선 중 60% 이상이 보잉의 광동체 기종(787 드림라이너, 777 등)으로 운항되고 있다.
아울러 보잉은 올해 초 대한항공과 함께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대한항공이 103대의 항공기 구매를 약속했다. 이는 보잉이 아시아 고객으로부터 수주한 최대 규모의 광동체 주문이다. 대한항공은 2025년까지 총 150대 이상(2025년 3월까지 최대 50대 광동체 확정 주문 포함)을 발주해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항공기 전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슐트 디렉터는 “증가하는 항공 여행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 항공사들은 2044년까지 1515대의 신규 항공기를 필요로 하며 이 중 약 30%가 한국 시장에 인도될 예정”이라며 “향후 20년 동안 성장 및 기단 교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단거리용 단일통로기와 장거리용 광동체 기종의 도입 비율은 거의 동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향후 20년간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상용 항공 서비스 수요는 19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 공급망 및 정비·수리·개조(MRO), 디지털 솔루션 등이 이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지역 항공 산업에는 향후 20년간 9만2000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부적으로는 조종사 2만3000명, 정비사 2만7000명, 객실승무원 4만2000명 등이다.
슐트 디렉터는 “최근 25년간 항공산업은 팬데믹, 엔데믹, 경제위기 등 단기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보이면서 안정적인 발전을 이뤄나가고 있다”며 “신규 항공기 도입은 일자리 창출 뿐만 아니라 경제적 승수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앞서 에어버스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어버스는 “한국은 아시아 내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 중 하나”라며 “향후에도 에어버스는 한국의 산업 파트너와의 협력을 지속해 협력 범위를 더욱 확장하고 첨단 기술에 대한 교류 확대 등을 통해 상호 이익이 되는 생태계 조성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버스는 한국 정부, 항공사, 연구기관, 주요 산업 파트너 및 협력업체 등과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160대 이상의 에어버스 상용기, 60대의 헬리콥터, 30대의 군용 수송기가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에어버스의 한국 내 산업 기반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및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KAL-ASD) 등 주요 1차 협력사들과의 오랜 파트너십을 통해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이들 기업은 에어버스의 글로벌 민항기 프로그램(A320, A330, A350 등)에 핵심 부품인 날개 구조물, 동체 조립체, 복합소재 부품 등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국내 중소기업들도 에어버스 공급망의 일원으로 참여하며 한국 항공우주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 에어버스는 항공우주부품 구매 통해 매년 6억달러(한화 약 8500억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한국 산업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희환 에어버스코리아 대표는 “에어버스는 한국의 차세대 방위 및 우주 시스템, 헬리콥터 분야에서 향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한편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한 지속가능성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에어버스는 한국과 함께 구축하고 협력하며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