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춤출 곳 찾아 미국行… 많은 관심, 더 열심히 할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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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발레리노 첫 로잔콩쿠르 우승 박윤재
17세 고교생이 “이미 완성형” 평가 받아
서울예고 떠나 美 ‘ABT’ 발레 학교 입학
26, 27일 콩쿠르 우승 이후 첫 정식 공연… “꿈에 그리던 ‘돈키호테’ 바질役 맡아 설레”

박윤재 발레리노는 “미래엔 아이들을 가르쳐 보고도 싶다”면서 “제대로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원석 같은 아이들이 반짝반짝 빛날 수 있도록 돕고 싶기 때문”이라며 미소 지었다. 성남=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박윤재 발레리노는 “미래엔 아이들을 가르쳐 보고도 싶다”면서 “제대로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원석 같은 아이들이 반짝반짝 빛날 수 있도록 돕고 싶기 때문”이라며 미소 지었다. 성남=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올해 2월 세계 최고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발레 학교 교장은 17세 한국인 발레리노에게 입학을 권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실 윤재 군이 와도 더 배울 건 없을 겁니다.”

185cm의 키에 탄탄한 기본기, 섬세한 감정선까지 갖춰 무용계에선 이미 ‘완성형 인재’라고 평가받는 박윤재 군(17). ‘세계 무용수들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한국 남성 무용수 최초로 1위를 차지한 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영국 로열발레 스쿨 등 세계적인 발레 학교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의 최종 선택은 ‘미국행’이었다. 서울예고에 재학했던 박 군은 9월부터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발레 학교인 ‘JKO스쿨’에 입학한다. 한국인 발레 스타 서희, 세계적 발레리나 이저벨라 보일스턴 등을 배출한 학교다. 3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가장 행복하게 춤출 수 있는 곳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올해 ABT 무용수들의 내한 공연을 보면서 ‘참 즐겁게 춤춘다’ 느꼈어요. 많은 공연을 봤지만, 군무진까지 빠짐없이 행복해 보이는 건 처음이었어요. ‘여기다’ 싶었죠.”

성남=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성남=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박 군은 이달 26, 27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갈라 공연 ‘2025 발레스타즈’를 통해 콩쿠르 우승 이후 처음으로 정식 공연을 선보인다. 스스로 밝혔던 ‘꿈의 배역’인 ‘돈키호테’ 바질 역을 선보일 예정이다.또 다른 유망주이자 “둘도 없는 친구”인 이채은 양과 돈키호테 3막 그랑 파드되로 호흡을 맞춘다. 한 손 리프트, 피시 다이브 등 고난도 기교가 특징. 그는 “어릴 적 어머니께서 보여주신 영상을 보고 빠져든 배역”이라며 “왕자나 귀족과 달리 밝게 춤추면서 자유롭게 뽐내는 느낌이 좋다”고 했다.로잔발레콩쿠르 결선 무대를 빛낸 ‘파리의 불꽃’ 중 남자 베리에이션과 컨템포러리 발레 ‘투 플라이 어게인(To Fly Again)’도 선보인다. ‘투 플라이 어게인’은 콩쿠르 비디오 심사로 제출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예고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최희재 안무가가 박 군을 위해 안무했다. 박 군은 “굴레에서 벗어나 앞으로 달려가는 듯한 작품”이라고 했다.

“타이츠에 부스러기 묻는 게 싫어서 에너지바도 안 먹을 정도로 예민해요. 또래보다 힘과 테크닉이 부족하다 느껴서 자책도 자주 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을 출 땐 ‘나는 왜 안 되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요. 제목처럼요.”

이번 공연을 앞두고 그가 느끼는 떨림은 긴장이 아닌 설렘이다. 박 군은 “무대를 즐기기 시작한 게 오래된 건 아니다”라며 지난해 동상을 받았던 ‘제54회 동아무용콩쿠르’를 떠올렸다. 그때 처음으로 무대를 즐기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중학교 때 나갔던 콩쿠르에선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악몽으로 남아 있어요. 그런데 지난해 고등부 콩쿠르에선 ‘지젤’의 알브레히트 왕자 독무를 추면서 처음으로 무대를 온전히 느꼈어요.”

다음 달엔 싱가포르에서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 뜨거운 관심과 기대가 부담스럽진 않을까. 이미 ‘완성형’이라는 이 발레리노는 “더 열심히 할 원동력이 된다”고 담담히 말했다.

성남=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성남=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무용수라는 직업은 수명이 짧은 편이니 언젠가 관객이 저를 기억하지 않는 순간이 오겠죠. 그렇지만 마치 한 자리에서 오래도록 빛나는 별처럼, 제 자리를 지키면서 끝까지 춤출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성남=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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